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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스<23>-영선:노랑 머리 노!, 노랑 티 예쓰!


BY eheng 2002-01-24

몸부림스 열렬 동호회 회원들의 질박한 삶의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지난 주, 계룡산 산자락의 한 호텔서 몸부림스들, 일박을 하며 신년회를 했는데...
동호회 회장인 영선이부터...

그녀는 길었다.
다리도 길고, 머리도 길다.
원래 다리 긴 여자만이 긴 머리가 어울린다.
하지만 그리 긴 머리, 가릴수록 빛나는 까닭은 뭔가?
옥수수 수염이라고 들어들 봤는가? 내츄럴리 양동근같은 머리, 베란다 청소할 때 생각 나는 나이롱 빗자루, 찌들은 후라이팬 닦을 때 생각 나는 철쑤세미같은 그녀의 머릿털!
한 때는 가늘고 긴 팔다리로 뽀빠이의 영원한 연인, 올리브로도 통했지만 이젠 그 영화는 간데없다. 흔적조차 없다.

우린 영선이가 계룡산자락에 짱박혀 잘 사는 줄은 알았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그토록 호위호식하며 사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계룡산을 자기 집 앞마당으로 육해공군 본부를 자기 집 뒷마당으로 알면서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콘도 잡아 놓고 공 때리며 살고 있더라. 팔자가 싸구려 주름치마 펴지듯 아주 쫙~ 폈더라.(앗! 원주 주름치마!)

아침에 일어나서 큰 맘먹고 호텔부페 먹으려고 했다. 부페는 없고 회갑연만 있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축하해 줄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런 유머가 통하질 않더라. 지배인이 우리를 멍하니 쳐다만 보더라. 하는 수 없이 근처 해장국 집에서 뜨끈한 국물 한그릇씩 말아 먹고 동학사 매표소! 까지만 올라갔다가(영선이 말이 원래 여기까지가 정 코스란다.) 다시 영선이 사는 대저택으로 차를 몰았다. 차로 10분간 드라이브하고(앞문에서 뒷문까지만) 영선의 콘도같은 집에 잠시 들렸다.

현관에서부터 우린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현관 신발장 위에 놓인 사진틀에서...
마치, 캐네디가의 처조카인양, 택사스 광활한 농장의 마나님인양 꽃달린 챙모자 쓰고 인생을 회유하며 미소 짓고 있는 영선이의 사진.
마담.봉봉 잡지의 표지 모델인양 여유롭게 웃기까지하면서... 노오란 티 셔츠입고 찍은 비포, 에프터의 바로 그 사진!
원더플! 원더플!
엄마의 청춘!!!
노랑머리보다 더 찐한 노랑 티셔츠.
노랑머리보다 훨훨 선정적이었다.

길쭘한 팔다리로 한밭을 누비며 공 때리는 영선이.
잔듸밭에 커피와 찐달걀 싸들고 구역예배보며 세상의 아름다움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느낀다는 영선이.
군인교회 예술단에 가입해서 예전의 그 애절한 발라드풍의 끼를 발휘하며 자아실현하는 영선이.
잘 키운 아들과(단, 내복이 항상 삐져나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지랑 똑같이 생긴 귀여운 딸 나나(앙증맞은 말티즈)와 즐겁게 사는 영선이.
그들을 멕여살리느라 나라에 충성 다하는 영선이 남편의 굳센 군인정신.
우린 모두 다 본받아야한다.
하지만, 우리도 보태주는 게 있다.
뭐냐구?
세금!
세금, 밀리지 말고 잘 내자!!!

영선아.
너... 모자 쓰니깐 징하게 잘 어울리더라.
꼭 모자쓰고 다니렴. 그 찐한 형광색 노랑 티셔츠와 함께.
식기 세척기 위의 모든 술병들 다 들고 왔는데 그 많은 술들 다 못마셔서 한이 된다. 하지만, 기둘려라. 다음에 가면 꼭 다 마실껴. 남은 술, 그 식기 세척기 위에 다시 나란히 진열해 두길.
따뜻한 봄이 되면 잔듸밭에서 찐달걀 싸들고 다시 만나자.
겨울날은 간다.
봄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