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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16


BY 후리지아 2002-01-24

찬바람은 불지만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겨울의 청명한 날입니다.
햇살은 맑은데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합니다.

작은 아이의 대학 발표가 났습니다.
처음 신학을 하겠다고 했을땐 아무런 생각없이 하고 싶으면 하라고
대답을 했지요...2년동안 대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신학보다는 세상에서 총망받는 직업을 택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 주었으면... 마음으로 바라고 있었습니다.
막상 합격통지서를 받고 보니 가슴에 절망이 앞서고 있습니다.
사내녀석도 아니고 여식인데 그 험한 길을 어찌가야 할까...
몸이 약해 늘 어미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데...
합격을 했다는 기쁨보다는 앞으로 치루어질 일들이 더 걱정이
되었지요.

기도를 하면서는 아이의 몸과 마음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했으면서 생각해 보니 드린 기도가 가식은 아니였는지요.
세상의 명예와도 물질과도 거리가 먼 직업을 평생 가져야 하는
녀석을 보면서 마음이 자꾸만 아파지는 것은 부모란 자식에
대하여 편협할 수 밖에 없구나를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제게 그럽니다.
"엄마! 돈 많이 버셔야 해요, 그래야 제가 선교하는데 든든한
후원자가 되시지요..."
그래, 너의 기쁨이라면 평생을 다해 그렇게 하마...
말로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마음 깊은곳에서는 속이 상합니다.
그래도 아이에게 내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활을 감당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녀석에게
어미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가슴이 아픔니다.
아버지를 하늘에 보내고, 어린것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세월을 6년이나 보내면서 녀석도 저도 가슴 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가난해서 힘들었고, 오랫동안 살던 집을 경매로
내어주고 나오느라 힘들었고, 서로 말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읽어야
했던 세월들이 힘들었습니다.

시리고 가슴 아픈 날들이 얼마나 이여질지 알지 못하지만
아이를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어릴때부터 병으로 고생을 했고, 아름다울 청소년기에 아버지를 잃고
힘없는 어미에게 기대며 살아야 했던 녀석에게 이젠 혼자서도
자신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찬란한 행복이 있을 것을 믿으니까요.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려 합니다.
그래, 참 잘했구나. 지금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늘 갈고 닦으렴.
이제부터 이 어미가 너의 든든한 후원자도 되고, 바람막이도 되고,
너의 가는길에 늘 등불로 서있어주마...

산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이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수고하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기쁨으로 가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