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개망초꽃님에 대한 얘기는 아님을 알려두며..
햇살이 참으로 따뜻한 봄날..
아직 옷소매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차갑기만 한데
그것조차 아랑곳 하지 않은 일곱살 먹은 아이..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겨우 나이 세살 많은 고모와 뒷곁으로 간다..
손에는 싸리나무로 만든 작은 소쿠리와 작은 칼을 들은 폼이
언제나 그랬듯 봄나물을 뜯으로 가는 중인가보다..
학교에서 돌아온 고모가 책보따리를 던지며 나물 뜯으러 가잔다
매일 미역취며 미나리를 뜯으러 다니곤 했지만,
오늘은 다른 먹는 나물을 알아왔단다..
신이 난 고모는 아이의 손목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뒷곁엔 잔디로 덮인 작은 언덕이 있다..
물론 계단도 만들어진 그럴듯한 언덕이다
거길 올라가야만 뒷산으로 통하는 산길이 있었다
고모가 먼저 계단을 오른다..
그리곤 오르자마자 "이거야!" 하며 보여준 것은
늘..잡초 취급하던 개망초다...(사실 그때는 이름도 몰랐다)
"그거 진짜 먹는거야?" 아이는 마냥 신기해 한다..
그리곤 계단도 밟지 않고 아직 메마른 잔디 언덕을 오른다
하늘은 맑고 때이른 흰나비도 날아다닌다
그 순간, 잔디를 밟고 서던 아이는 미끄러지고 만다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로 서걱거리는 잔디..
고모의 커다란 운동화를 끌고 간 아이는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문제는 거기서 끝난게 아니다..
고모가 아이를 부르며 뛰어 내려온다
얼굴은 온통 눈물로 범벅이다...그 모습이 의아한 아이..
"왜 울어?"
"너...얼굴에 피....."하며 또 운다..
얼굴을 쓰윽 훔치던 아이는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사태를 파악하곤 힘차게 운다
이소리에 놀란 아이의 할머니가 뒷곁으로 달려오신다
세상에...왜 이렇게 된거냐며 우시던 할머니..
아이는 지금도 그 모습을 기억한다..
잔디에 미끌어져 손에 들고 있던 칼이 아이의 눈밑을 찔렀던 것..
보건소조차 없던 시골마을..
할머니는 갑오징어 뼈를 말린 후 빻은 가루를
아이의 상처에 발라 피를 멈추게 하신다...
그리곤 아랫목에 이불덮어 누이게 하시며 고모를 나무라신다
"그러게 애는 왜 데리구 다니는 거여?"
울먹이는 고모의 목소리도 들리다..
스르륵 잠이 든 아이...
상처가 아물어 갈 즈음....
학교 도서실에서 식물도감을 펼쳐 보던 아이는..'개망초'를 발견한다..
그 후...이십년이 지난 지금...아이는 숙녀가 되고, 이젠 한사람의
아내가 되어서도 그 기억을 쓴웃음으로 간직한다....
얼굴에 난 상처는 웃을때마다 보조개처럼 보인다..
단 한번도 흉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상처..
오징어 뼈 가루가 유일한 약이었던 시절...
그 그리움의 상처를 간직한채...
따스했던 봄날을 그리워 하며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