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난 3월, 내인생 43페이지 3째줄을 지나가고 있다.
우리들에게 꽃과 뱀그림으로 익숙해져있는 천경자 화백은 자신이 혼란기에 있었을때 내슬픈전설의 22페이지란 작품을 그림으로 그려냈다고 한다.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그 제목에서 나도 오늘 끄적임에 이름표를 그렇게 달고싶다.
면역성 약한 나의 감성 때문인지 아니면 계절 탓인지 요즘 골머리가 지끈 지끈하고 오른쪽 머리가 빗질도 하기 힘들정도로 쿡쿡 ...
떠났다 오늘 쌩~~~
봄이 차근차근 걸어오는 둑을 지나고 얼음이 군데 군데 동그라미 그려놓은 강을 지나, 산넘어 좁은 오솔길도 멀리 바라보면서,잘 정돈된 이름모를 어느 문중 묘지도 지나고 저기 산이 오고 산이 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가평 골짜기 피정의집(기도원)이었다.
고요함과 정적이 머믈러 있는 곳이었다.
오늘 나는 그곳에서 내인생의 43페이지 3째줄을 보내면서 침묵중에 나를 돌아 보고왔다.
원장 수녀님께서는 60을 넘기신 분이었는데 어쩌면 그리 음성도 곱고 말씨도 차분 차분 하신지 내 엉클어진 마음에 한줄기 빛이 날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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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너무나 가슴에 하고픈 말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이 많은데 왜이럴까?
한시간 이상 이러고 있다.
제목이 너무 무거웠을까?
내인생의 43페이지 3째줄 추억의 책장이 머믓거리고,그걸 바라보다 나는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43페이지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