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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생각하며..


BY 다알리아 2000-08-08



시어머님 생각 나는 날에...

비개인 하늘이 어찌나 맑은지 눈물이 날것 같은 날 입니다.
오늘 시어머님의 산소가 보이는 산 아랫길 을 지나왔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웃으시며 손짓 하시는것 같아서
저도 웃으며 손을 마구 흔들면서 지나왔습니다.

살아계실때 저를 너무나 많이 울리고, 속상하게 하셨던 우리시어머님..
그런데 오늘은 어머님이 보고싶어집니다.

속 상했던 일들은 하나도 생각 나질않고
닭한마리 와 생태 두마리의 가슴찡한 생각만 나는군요.

아마도 제가 철부지 서른살때 였을껍니다.
어느날 어머님께서 닭을 한마리 사다 주시면서

"애비랑 애기랑 해 멕여라."

하셨는데...
그말이 어찌나 서운했던지요...
그냥 해 먹으라고 하시지 어쩜 세식구 중에 나만 먹지 말라는건가???

속으로 삐진 저는 그날 저녁에
맛있는데 왜 안먹냐는 신랑의 말에
퉁명스럽게
"어머님이 자기랑 애기만 먹으라고 하셨거든.."

난 삐져서 안먹어..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냥 웃을수 밖에요... ^^*

오래도록 마음속에 꼬옹 하며 여러달이 지난
어느 눈내리는 추운 겨울날
저녁무렵 이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달랑달랑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시장갔다가 생태가 싱싱해 보여서 샀다.
두몫으로 나눠서 한봉지는 집에두고 한봉지 가져왔다.
"애비 지져멕여라."

하시고는 아버님 저녁 늦었다고 부랴부랴 돌아가셨습니다.
그때까지도 속으로 꼬옹 하고 있던 철부지 막내며느리는
한참후 비닐봉지를 풀어본후에...
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봉지속에는 생태두마리의 가운데 토막만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머리와 꼬리만 가져가시고
가운데 토막은 저희들에게 다 주고 가셨던 겁니다.

그날저녁 철부지 며느리는
죄스런 마음에 찌개국물 한숫갈도 입에 넣을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님이 갑자기 보고싶어집니다.

저를 여우 라고 부르시며 예뻐하시던 우리어머니
다른며느리 다 싫고 여우며느리랑 살고싶다고 하시던 우리어머니
소풍날, 새벽잠 줄여가며 도시락 정성스럽게 싸 드리면,
다른 할머니들 다 나눠주시고,
약주만 잔뜩 취한채 돌아오셔서 철부지며느리 속상하게 하시던 우리어머니..

날좋은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돈없어서 못나가냐고 하시며...
주머니속에 꽁꽁 숨겨뒀던 종이돈 몇장 손에 쥐어주시던 우리어머니...
약주 좋아하신다고 식구들에게 구박꽤나 받으시던 우리어머니...

어머님 살아계신다면...
오늘같은 날 강변 보쌈집에 어머님 모시고 나가
좋아하시는 약주 한잔 받아드리고 싶어요.
강바람도 쐬어드리고 싶구요.
새옷도 한벌 사드리고, 발 편한 구두도 한켤레 사드리고 싶어요..

안타깝게도...
막내며느리 너무 늦게 철드는 바람에
우리어머님 호강한번 못해 보시고 8년전에 돌아가셨답니다...

그 어머님 덕분에 오늘 우리남편이 대신 호강했습니다.
새구두에 새옷 한벌 얻어입었거든요..... ^^*

무더위가 한풀 꺾인것 같죠??
잠자리떼 보셨어요??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는듯 합니다.
다음엔 좀더 시원한 기분으로 만날수 있기를 바라며...

2000.8. 6 다알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