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때문에 며칠 째 콧물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세라를 데리고
오늘 그 붐비는 이빈후과를 다시 갔어여.
경석이의 알레르기성 비염도 여전하니까 물론 같이 갔지여.
한 덩치 하는 경석이를 간호사 셋하고 붙들어 결국 치료를 무사
히 마치고나서, 세라를 안고 의자에 앉았지여.
-아직도 콧물이 나는데요?
-그래요?
라며 콧속을 들여다 보시던 선생님 말씀이
-코 속에 뭘 넣었군요?
-옙? 뭘 넣다니요?
-아주 큰 건데, 꽉 잡으세요?
세상에나 무신 소리인지? 엄청나게 뻗대며 우는 아이를 안고
결국 별 별 난리를 다 떤 다음에 나온 건 팅팅 불은 콩알 이었슴
니다.
-엉? 이것이 왜 이곳에?
-큰일 날뻔 했어요. 콩이 제일 위험합니다. 기도로 넘어가서 막
았으면 응급상황이 될뻔 했구, 잘 못 하면 코가 마비되서..
귀에 하나도 안 들어 오더군요.
-과연 어디서?
이것이 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의 전부 였습니다.
콩을 뽑아내느라 아이는 너무 지쳐서 축 늘어지고, 저는 집으로
돌아와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지요.
-오늘 혹시 콩 가지고 놀았나요, 선생님?
-네, 수저로 콩 옮기기를 했는데요?
-세라 코 속에서 콩알이 나왔어요. 혹시 다른 애들도 장난하다
넣었을 수 있으니 확인 해 보시라고요.
-죄송해요. 아프다고 안해서 몰랐어요.
-네..
이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다음부터 갑자기 속이 부글 부글 끓어 올랐지 머야요.
내 딸이 잘못했으면,,,머리 카락이 다 솟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 정 떨어져서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불안하기
도 하고, 성질도 나서 아는 언니들에게 수다방서 어찌 할까 물
어 봤지여.
-안 보낼 꺼 아님, 마음 가라 앉히고 좋게 말해라, 좀더 주의해
서 봐주세요..라고 해.
차분하게 일러주는 언니 말을 들으니 진정이 되더구만요.
펄펄 뛰는 다혈질인 제가 막 화를 낸다고 뭐가 해결되것어요.
친구가 집어 넣는다고 가만히 있었던 띨순이 딸이 문제지여..
아무튼, 별 탈 없이 지나 갔으니 그것 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마음 다스리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왜 얘기를 하느냐,,혹시여,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서 콩 놀
이 한다더거든,,한 번씩 더 주의를 줘서 보내시라구요.
-친구코에 콩을 넣으면 안되고, 그런 장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
아이들을 키우면서 참 별 별 일 다 겪어 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첨이네여.
제 심정 이해들 하시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