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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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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머리 없는 부부


BY 雪里 2002-01-20

"우리 부부가 제일 못 놀아"
"우리 사교 댄스라도 배우고 노래방이라도 둘이 다녀볼까요?"

아침 식탁에서 우리 부부는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엊저녁 늦게까지 노래방에서 곤욕(?)을 잘 즐기고,
마누라와 엉겼던 마음도 녹이고는 난데없이 왠소리?

일년에 딱 두번만 모이는 그이 친구들의
부부모임계.
총각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족히 삼십년은 된듯 싶다.

지난 여름에 보고 반년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여자들끼리도 편해진 만남이 되어 모두들 무척 반가워 한다.
이제 나이들이 들다보니 모이면
애들얘기 같은건 대화에서 빠지고
더 늙기전에 같이 놀러 다니며 재미있게 놀 궁리로
여행얘기만 한다.

삼년만에 한번씩 해외여행을 다니기로 되어 있는 모임덕에
몇번 비행기를 타고 나라밖 구경을 해본터라
모두들 환영하며 다음달에 중국의 남부지방을 가기로
결정이 내려 졌다.

이 모임의 남자분들 하시는 말씀.
"여기 여자분들 시집 잘 온거유! 이렇게 해외여행 자주 시켜주는
남편들 흔치 않지유!"

글쎄,
해외 여행 잘가는게 시집 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들 덕에 시작된 모임이니 그렇다고치고.

식사뒤에 항상 따르는 행사인 노래방으로 향한다.
만년 총무인 내남편 음치라서 노래방은 딱 질색하기에
한시간만 끊으니,
사람수가 많아서 적다며 두시간 하란다.
두시간에 써비스 삼십분.

어느 모임에나 분위기 메이커는 있는법.
시청과장인 친구분이 가운데 들어서서 흥 돋구고
그동안 돈 만지느라 수고 했다며 총무사모님 노래 하란다.

안되는 노래 부르고,
억지로 끌려서 흔들고.
왜 나는 남처럼 막춤도 못 추는건지.
거기다 그이는 한술 더뜨고 있으니,
분위기 깨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진땀까지 흘려가며
우리 내외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래도 즐겁다.
오랫동안 사귄 사람들끼리 노래 부르는게 즐겁고
어릴적 친구라서 격이 없이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한쪽에 앉아서 박수만 치더라도
실컷 웃을 수 있으니 좋은거다.

다음달 여행을 계획 했으니 총무인 우리는 바쁘다.
계약하고 여권 모으고 연락하고...

나는 해외 여행이 좋다.
해외라서 좋은게 아니라 버스안에서
술먹고 노래하는 그 시끄러운 행사가 없이
조용히 관광 할 수 있어서.

그러면서도 여럿이 어울릴땐 답답함을 느끼는건
그이나 나나 같은가 보다.
아침에 말하는거 보니까.

남들 신나게 노는거 보면 살짝 부러움이 생기는데도
몸이 안따라줘서 못흔드는 내 몸둥이여!

주변머리 없는 우리부부,
아무래도 개인 지도라도 받으면서
놀기 연습 해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