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 들어온 남편이 옷 도 안 갈아입고.
욕실에 들어갈 생각도 않고...
우두커니 쇼파에 앉더니 혼자말을 한다.
" 이상하다~ 뭐지? "
" 응? 뭐가 뭔대? "
되 묻는 내게 남편은 말한다.
" 글쎄... 이상하네. 뭔가 할일이 있었는것도 같고...
할말이 있었는것도 같고... "
" 뭔데? 잘 생각해봐 "
" 에구, 기억이 안나 "
하며 자기가 자기 머리를 한대 꽁! 하고는 쥐어박는다.
쳇 머리 까지 흔들면서.
궁금한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나.
남편은 없는 기억을 포기한거 같은데 난, 그렇지를 못하다.
쫄랑쫄랑 강아지 쉐이 마냥 남편의 뒤를 따라다니며
" 뭔데? 기억해봐 "
같은말을 몇번씩 반복하니 남편. 나중엔 성질까지 낸다.
( 이구 씨~~ 지 기억력 없는걸 왜 내게 승질은 내누 )
" 마누라에게 할말이 있었어? "
" 아니야 "
" 마누라 보고 싶었어? "
" 아니야 "
" 그럼, 마누라에게 무언가 주고 싶었어? "
" 이씨~ 아니라니까 "
아~~~ 그럼 뭘까?
미치겠네. 뭐지? 도데체 뭘까?
남편은 목욕탕 겸용 화장실로 옷을벗고 들어가더니
푸샤푸샤 세수를 한다.
그리고는 화장실 변기에 팬티를 내리고는 오도마니 앉더니
또 혼자말을 한다.
" 뭐지? 뭐였지? "
또 다시 혼자말을 한다.
아마도 뭔가 중요한것이 있었나본데 그, 뇌속에서 실종이 되었나보다.
촉새같은 나. 아니, 촉새.
변기에 쪼그려 앉은 남편의 모습이 무에 그리도 이쁘다고는...
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턱 괴고는 남편을 빠~안히 올려다본다.
" 아직도 생각이 안나? "
' 응. 그러네 "
" 이구~ 돌 머리 "
" 이 새끼가~ "
남편...드뎌 열 받나보다.
팬티를 끄 올리고는 거실로 나온 남편에게.
" 여보야~ 혹시 말이야~ "
" 혹시 뭐? "
" 혹시 오늘 마누라를 안아주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온거 아니냐? "
" 이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
" 응? 뭐눈엔 뭐만보여? 그 뭐가 뭔데? "
뻔히 아는 단어를 짖궂게도 난 묻는다.
" 얌마! 뭐는 뭐냐? 개눈엔 똥만 보인다는거지 "
" 옴마야~ 내 눈엔 서방님만 보이는데... 그럼 뭐시여
나는 개고. 당신은 똥? "
' ?l마? "
" 맞잔아. 내 눈에 보이는것은 온리원 남편뿐인데.
내가 개면 개눈에 보이는 똥은 당신 맞잔아 "
" 으이구~ 내가 말을 말아야지 "
남편은 설래설래 머리까지 흔들고는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함께 이불속으로 들어온 나.
" 헤이 똥 ! "
" 고만해라이 "
" 왈왈~ 난 개다. 내눈엔 오로지 하나밖에 안보인다. 똥아! 똥아~ "
열 받은 남편. 휘~익 이불을 머리끝까지 끄잡아 올리고는
돌아 눕는다.
웃읍기도 하지만...졸지에 개와 똥이 되어버린 황당함에
나 역시도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리고는...
밤 새도록~ 잠만 잘 잤다.
그, 남편의 뭐지? 는 끝내 기억치 못한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