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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생일날.. 에피소드


BY 우렁각시 2002-01-10

직업상 저희 남편은 밖에서 식사를 합니다. 안쓰러이.. 새우잠을 자는 그를 깨운다는 건 저에게 고문이나 다름 없습니다. 오후 1시에 출근해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회의 및 강의 준비를 맞치고 오후 5시에서 6시면 저녁을 먹은뒤 빈강의 없이 요즘은 7시간의 강의를 마치고는 새벽 1시가 되어야 퇴근하는 남편입니다. 지금은 방학이라.. 매일 매일 아이들의 재롱을 보지만.. 가끔 미안해요. 이런 행복을 나만 느껴서... 재 작년 그의 생일무렵엔 아이들과 마주하는 날이 거의 없었답니다. 아이들 학교간 다음 일어나 출근하고 아이들이 잠든 뒤에야 퇴근하는 사람..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한다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러나 아내인 저는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우열반이든 열반이든 조금이라도 그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알려주려는 맘으로 새벽 5시가 넘어야 잠을 자는 그사람.. 강의 준비로 그의 책상과 컴퓨터는 쉴 날이 없지요. 뭔가 깊은 사색에 젖어 담배로 방안 가득 메우는 연기들.. 소리없이 그가 좋아하는 홍차를 타다가 슬그머니 놓고 나오는 새벽녁.. 이 모든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가장들의 모습이겠지요. 38번째 생일에는 미역국도 같이 못 먹었습니다. 그를 출근 시키고 혼자 남아 미역국을 먹자니 목이 메이고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크림 빛 국물은 마치 그의 땀방울을 모아 담아 놓은 듯 했으닌까요. 학교에 돌아온 아이들은 학원을 갈려고 검도복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전 두 녀석의 손을 잡고 백화점에 갔습니다. 그에게 필요할 소지품을 사서 예쁘게 포장 한 다음 향기 그윽한 소국을 한아름 안고 그에게 갔습니다. 두 녀석에게 선물꾸러미와 그가 좋아하는 소국을 들여서 교무실로 들어보냈습니다. 문 틈으로 보자니.. 그는 그날이 생일인지 모른 듯 놀란 눈치있었습니다. 큰 녀석은 일주일만에 본 아빠를 마주하며.. "아빠 오랫만이예요"를 했고.. 작은 녀석은 "아빠 나 뽑기 해줘요"를 했지요. 그는 복도에 서있는 저를 향해 오더니 어깨를 토닥거리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애쓰는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자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두녀석 공부 가르치는 것이 하루 일과 전부인데 어떨 땐 그의 수고를 나에게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그래도 시험 기간엔 워드작업이나 기출문제 편집 같은 것은 제가 도움을 주고 있지요. 그를 대신해 밤새껏 작업을 하여 출근하는 그의 손을 펼쳐 디스켓을 내밀어 주었을때 그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언제까지고..내 남편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아내이고 싶습니다. 작년 그의 생일엔.. 석달전..이었죠. 방송국에.. 지금 올린 이 사연을 올렸습다. 전년도엔 위처럼 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구.. 멋진 이벤트를 해 주고 싶다고 엽서를 띄었답니다. 싱글벙글이었죠. 김 혜영님께서 간단하게 제 사연을 읽어 주었고..울 신랑더러.. 힘내라고 했다죠. (그가 출근길.. 들었다고 하데요.) 그리구.. 몇일 후. 그의 근무처로 문화상품권.. 10장이 선물로 왔습니다.. 우리 부부.. 그거로.. 영화 봤어요. 영화 보는 날... 영화관이 5층에 있었는데.. 엘르베이터가 꽉 찼어요. 내가.. 그의 귀에 소곤 거리며.. "자기는 장가 가서 본전 뽑고도 남았어요 쟈기는 색시 땜에 영화도 보구.. 장가 잘 간줄 아세요.." 했더니.. 대답 안하데..우쉬.. 마구.. 옆구리 찔러대며.. 대답하라구.. 했더만.. 앞에 서 있던 아저씨.. 뒤를 돌아 보며..그러데요. "거 얘기 허슈.. 장가 잘 갔다구.." 푸히히..그날.. 얼굴 빨개져서.. 앞 아저씨 아내분이랑.. 나랑 얼굴 마주쳐서.. 마구 웃구.. 기억에 남네요. 쉽게 잊지는 못할 것 같아요. 후.. 벌써.. 올해 생일 이벤트가 걱정된다.. 누가.. 좋은 아이디어..추천좀 해 주세요. 아직은 넉넉히 남았지만... 올 가을이 오기전에 꼭 아이디어 좀 주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