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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81)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BY 쟈스민 2002-01-10

볼에 와닿는 겨울바람이 차다.
코끝이 찡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이 겨울은 그래도 사랑스럽다.

추운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는
그럴수록 따뜻한 차 한잔과 어느새 친구가 된다.

아침마다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어제만큼의 두께로 곱게 화장을 한다.

이제는 스러지는 세월만큼의 잔주름이 보이고,
예전의 그 화사한 뽀사시함이 다소 가시기는 했어도
능숙한 변장술이 그녀로 하여금 다시 태어난 아침을 맞게 한다.

옷장을 연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볼까나 ...

은은한 버버리 체크무늬의 긴 스커트와, 연베이지색 스웨터의 포근함이 살포시 내게 안긴다.
커피색 스타킹을 챙겨 신고, 카멜베이지색 코트를 입기로 한다.
카키색 울 머플러로 목을 따뜻하게 감싼다.

발목이 가늘어 보이는 앵글부츠 살짝 끼워신고 씩씩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단도리를 마친 그녀는 차에 오른다.
최대한 우아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하러 가야지 ... 별른지가 언제인데
아직껏 시간을 못내고 있어
다소 부시시한 그녀의 긴 머리 웨이브가 바스락 거린다.

어제와는 다른 바람 한줄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향기가 나는 것도 같고, 옅은 풀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리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악을 틀고, 밀리는 차량 행렬을 총총 따라 간다.

그리고 오늘도 어제처럼 컴을 만난다.

마네킨 같은 내가 싫어서 잠시 넓은 창가에 서성인다.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살고자 내 안에서 또 다른 내가 고개를 든다.
또 하나의 그녀가 나를 쳐다 본다.

추운 겨울 낮게 낮게 가라앉기만 하는 겨울애상에서 잠시 비껴나
보고 싶어서 ...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해 보기로 한다.

어제와는 다른 느낌으로 ...
새로운 태양 앞에 나설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리 저리 변신할 수 있는 나는 여자라서 행복하다.

20대의 풋풋함이 아니어도
30대의 원숙함을 멋지게 드러낼 수 있다면
그래도 아직은 더욱 여자로 살고 싶다.

점심엔 맛있는 양념갈비가 입맛을 돋군다.
갈비조각 집어 먹으며
늘어만 가는 허리살을 조금쯤 염려한다.

그래도 일단은 맛있게 먹고 보잔 생각이다.

상추에 하나 가득 행복을 맛깔스럽게 싸서 입안 가득 밀어 넣으니
먹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어제와 다른 바람으로
오늘은 오늘의 느낌으로 살고 지고 ...

나는 그래서 또 행복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