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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에피소드


BY 우렁각시 2002-01-10

아리님.. 서방님.. 참 이쁘다.. 귀엽구..
아리님 글을 읽다 보니 
이 우렁각시 생일날두.. 생각나네요.
작년.. 35살 생일날 이여죠.
해년마다 몇일 전 노래를 불러야만 기억해주는 내 남편..
당일.. 간단한 외식이나 아님..
내 이쁜 옷을  사준다든가.. 
아님.. 그냥.. 암 소리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
그러나.. 난 여태껏 생일로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답니다.
내것은 내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그런 성격도 아니구..
나이 먹으니 내 생일이라구.. 부산 떨기가 그래요.

하지만.. 작년엔 참 심란하더라...
오후.. 2학년 짜리 큰 녀석이 학교에서 오구..
난 녀석과 식탁에서 무슨 과목인지는 생각 안나지만
문제집 풀이를 하고 있었어.

턱을 고이고.. 녀석에서 물어봤지.
"?아!.. 넌 말야.. 엄마 아빠가 니 생일 기억 못하구..
잊어 버리면.. 너 어케 할래?"
"우쉬.. 싫어요.그건 상상만으로 기분 나빠요.
전.. 막 따질거예요. 사랑하는 아들 생일날.. 
그냥 지나가면 신경질 부릴거예요.."

'..음.. 그렇군아..'고얀넘...
짜식.. 방방 뜨기는..턱을 고이고 녀석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니.. 울 녀석 나에게 묻는다.
"엄마는 어케 할건데요?"

"글쎄다..  난.. 어뜩게 할건쥐.. 지금 생각중이다."
녀석 눈치는 있어서 깜짝 놀랜다.
"엄마.. 오늘 생일이예요?"

"그래 마!.. 엄마.. 너한테 어케 신경질 부릴까?" 
방법좀.. 알켜 도라!"
녀석 씨익.. 웃더니.. 밖으로 나간다.
한참후.. 녀석은 악세사리 가게에서 샀다는
반지를 하나 나에게  내밀었다.

"엄마.. 내가 천원 주고 산건데요.
저기..(상가를 가리키며).. 가서 내가 아줌마 한테
제일로 좋은 노미로 반지 하나 주라고 했어요.
이거.. 금반지예요.."

금색으로 된 실반지를 나에게 금이라구 하면서 끼워 졌다.
웃음도 나오구.. 그녀석 행동이 이뻐서 그냥..좋아했다.

새벽이 다 되어 그가 들어 왔다.
그전.. 저녁에 미역을 사다 두 녀석과 함께 생일국을 
끓여 먹었다.
그렇게라도 넘기고 싶었다.
아니.. 딱히 그날 저녁 국거리가 마땅지 않아서 끓였을 것이다.

그는 퇴근하면 나에게 라면이나.. 국수.. 냉면... 만두..
이런 간식거리를 요구한다.
6시에 저녁을 먹은 그라.. 시장도 할터..

그가 욕실에 들어가 씻고 있었다.
난.. 한손에 수건을 들구...
그시간쯤이면.. 그날.. 하루종일 일어났던 나의 일상을
난.. 꼭 욕실 문밖에서 이야기를 한다.
"쟈갸!.. 오늘 내가.. ?이한테 뭘 물어 봤거던요.
내가.. 지 생일날.. 깜빡 잊고 지나가면 어케 할거닌까.. 
막 따진다고..입에 거품 물데.. 
자기는 만약.. 내가 자기 생일 잊으면..어케 할건데..?"

"에이.. 우리 색시가 그럴일이 있나..앙..."

"그럼.. 난.. 자기가 내 생일 잊으면 어케 할까?"

"에이.. 그럴일도 없쥐.... 이사람아.. 그럴일은 없네요.. 
난.. 기본은 하는 남편이고던.."
후후..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말을 듣지 않을 때까정.... 
그냥.. 지나갈려구 했는데.. 
갑지기 피리릭..무너지는 느낌이 오데..
수건을 받아 들구.. 물기를 닦으면서.. 그가 나왔다.
그러면서.. 자꾸.. 자기는 기본은 하는 남편이라구 우긴다.
그가 식탁에 앉았다.

뭐.. 간식좀.. 달랜다.
오예!.. 바로 이거야..

'쟈갸.. 오늘 있쥐.. 오늘은.. 그냥.. 
밥에다.. 국이랑 먹어요.마땅히 먹을 게 없네요.."
그렇게 한댄다.
밥통을 열어보니.. 밥이 없다.. 우쉬..

할 수 없이 라면을 끓였다.
라면을 끓여.. 미역국도 같이 끓였다.
라면을 먹는 그에게 미역국도 한사발 밀어 주며 그랬다.

"우리 오늘 저녁에 미역국 끓여 먹었는데.. 
엄청 맛있데요. 쟈기도 먹어봐요..."

그는 후루룩.. 잘도 먹었다..
순식간에 라면이랑.. 미역국도. 다 비웠다.

난.. 두손으로 턱을 고이고.. 
그를 빤히 쳐다 보면 그랬다.

"자기.. 내 생일국 맛이 어떼요?"

그는 깜짝 놀랜다.
그래야지.. 이대목에서 놀래야지..

그는 아양섞인 목소리로 그런다.
"에이.. 생일이면 귀뜸도 해주지..."

난.. 그날 토라지거나.. 화내지도 않았다.
그냥.. 그가.. 좀.. 나에게 관심을 갖어 주겠지..
이런 생각으로 메시지만 날렸다.
그가.. 무슨 날.. 챙기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

한 일주일쯤.. 지났나?
그는 예쁜 루즈와 핑크색 옆서를 써서 나에게 가져왔다.
옆서에..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자구...
내가 있어 기쁨이 두배가 된다고..
정말.. 간지러운 말을 써왔다.
그리구.. 끝에.. 늦게라도 기본은 하는 남편이라고 써왔다.

기분이 참.. 좋더라..
그런 기분을 보답하고 싶어지데..
나를 위해.. 핑크색 옆서를 마지작 거리며 
그 옆서를 골랐을 남편의 모습에 벅차구..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을 했을 그 모습이 대견하고 감사해서..
난.. 그날 일을 방송국에 투고한적이 있다.
그가 출근하는 시간에 나올 수 있도록..
물론 내가 보낸 사연이 방송되어 출근하는 그가
들었다...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눈물 흘렸다나...


그도 알겟지...
색시한테 좀만 신경쓰면.. 
이 색시는 배로...
감동의 물결로 찰찰찰 흘려 넘치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