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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스스로 자라버린 아이


BY 산아 2002-01-08

소한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탓에
일년에 한번 걸릴까 말까한
감기가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였는데
아들놈 때문에 기운이 조금난다.

감기 걸리지 말라고 친정엄마는
배에다 생강 도라지 은행등을 넣어
즙을 짜서 보내주셨는데.....

나도 새끼 낳은 엄마라고
아들두놈이 배즙을 워낙 좋아하여
물대신으로 하루에 두서개씩 먹다 보니
400개중에서 벌써 몇 개가 남지 않아
그것을 바라보는 난 너무 아까워 먹지 않았다.

덕분에 두놈은 겨울내내
감기라는 건 모르고 잘 컸고
엄마인 나는 감기에 덜컥 걸리고 말았다.
하루종일 기침에 몸살기운에
정말 죽을것만 같았다.

퇴근후 집에 오니 어머니는 도련님
저녁해야 한다면서 가시고
남편은 직장일 때문에 오늘은
늦게 들어오거나 아님 밤샘해야 한다나....

몸이 너무 아파 저녁도 하기 싫어
올해 9살이 된 큰애에게 너 좋아하는 거 아무거나
하나 시켜라 하고 방에 들어와 누워 있었더니
조금후 큰놈이 배즙을 데웠다며
컵에 가져온다.
아들만 낳아 친정엄마는 네고생이 심할거라면
혀를 차셨는데....
그래도 지엄마 아프다고 배즙도 데워오고
큰애가 기특하다.
"뭐 먹을 것 시켰냐고 하니"
그냥 라면 끊여 밥말아먹을려고 라면 물을 올렸단다.

갑자기 애 4살때 즈음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는 직장일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 퇴근을
한번 하였는데
집안에 들어선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4살된 아들놈이 한겨울에 하얀반팔티만 입고
고추를 다 드러내고 앉아 생라면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옆에 지아빠는 자고 있고....
왜그러고 있냐고 하니까
"쉬 하다가 옷이 젖었고 배가 고파
싱크대밑에 있는 라면 찾아서 먹고 있다고"
또 "아빠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큰놈은 항상 그랬다.
5살때인가는 저녁에 퇴근하였더니
싱크대 바가지에 쌀이 가득담겨 있고
식탁의자를 갖다 놓고 쌀을 씻지 않나........
저두 설것이 한번 해본다고
식탁의자 갖다놓고
퐁퐁을 쓰면 환경이 파괴된다고
어디서 들었는지 밀가루 없냐고......
하면서 설거지를 하지 않나......
전기밭솥에 쌀을 안치려면 물을
손등 어디까지 부어야 하냐고 묻는 아이.

부모가 직장다닌 탓에
스스로 혼자서 너무 커버린 아이.
한편으로 기특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든다.

결혼하여 애들을 낳아
기르면서 그애들이 주는 기쁨에
그래도 힘든지 모르고 키웠는데
커가면서 또 제 엄마 아프다고
라면이라도 끓이는 아이.

나도 인간인지라
큰애의 마음씀씀이에
기분상이라도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으로
컴앞에 이렇게 앉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