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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같은 삶..그속에 살아남기..


BY pinekone 2002-01-08

내가 사는 이 나라가 내게 주어진 삶은
어찌나 전쟁투성이던가?
그 결과의 산물이 휴일외출에 대한 두려움중이다.

여러 연유에서 휴일날 나들이길에 나선다해도
좁아터진 이 땅떵이에서 편안한 휴식처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인지도 모른다.

삼십을 훌쩍 넘기니 온천욕이나 사우나를 겨울철엔 저절로
즐기게 되었다.
아이들 줄줄이 데리고 근교로 맘먹고 온천나들이를 했다간
정신마저 황폐해져 돌아오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온천문화의 한계인듯하다.
수백명인지 수천명인지 인산인해를 이루는 온천탕...
그다지 좋지 않은 내 시력에도 물위에 둥둥떠다니는 이물질이
한눈에 띈다.

버젓이 제돈을 내고 입장했건만 바가지를 찾아 헤매야하는곳도
적쟎이 많다.
바가지만 찾으면 모하누....
앉을 자리가 여의치 않은걸...

이러한 악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온식구가
함께 그나마 모일수 있는 휴일날이기 때문에
그정도는 감수해야 가족과 온천욕이나마 즐길수 있다.
그래도 가족이 모이면 신이나고 힘이 난다.

온천이 나와 남편의 의지에 의해 찾는곳이라면
스키장행은 아이들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게 되었다.
어차피 우리가 편안히 즐길수 있는 스키장이 어디있겠는가?
안봐도 비디오지만
울며겨자먹기로 일요일아침일찍 스키장으로 향했다.

이른오전8시에 스키장에 도착했건만 주차할곳이 거의 없다.
티켓팅하고 장비 착용까지 온정신을 빼야할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도 녀석들은 신이 제법 나있다.
어쩌겟나...이놈들 비유도 맞추어 줘야지.
남편은 예전엔 스키를 좀 즐켜타는듯 하드만 이젠
나한테 녀석들을 덥석 안기고는 콘도 사우나로 향한다.

이제부터가 전쟁이다.
슬로프 한번 오르기 위해 이삼십분을 소비해야하는 희한한
레저를 즐겨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짜증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있어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폭발하고말 기세지만
두녀석을 보니
그저 즐겁기만 한 모습이다.
커피?熾?앉아 관망만 하고 싶은 맘 굴뚝 같지만
번번히 사고가 잦은 곳이라는 생각때문에 자리를 뜨기가 찜찜했다.

그래...더 늙으면 슬로프에서 내려올 기력도 없다.
한번이라도 더 오르자.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형형색색이다.
수 많은 인파들.
그 인파들속을 헤집고 순서를 기다리고 스키를 타고 있다는것만으로
도 참...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나는 기다리는 그곳이 생지옥이라는 생각에 정상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모방송국의 헬리콥터까지 떠다니고 있다.
휴일을 맞이하여 최대의 인파가 스키장에 몰렸다는
방송을 하기 위함이리라...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내 아이들의 삶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내 아이들의 전쟁터를 미리 예감케한다.

요즘 사교육에 질린 나지만
혹시나 내 아이들이 경쟁력에서 뒤질까 하는 노파심때문에
결국은 사교육에 동참하고 실정이다.

내 아이들의 삶은 어쩌면 더욱터 전쟁터인지도 모른다.
그속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할 내 아이들의 모습이
수많은 인파속에서 깨알한점만도 못해 보인다.

쉬지도 않고 슬로프를 오르내리느라 시장했던
녀석들과 나는
북적대는 손님들과 정신이 홀랑 빠진 종업원들의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으며
비싼값의 식대를 지불하고 식사를 하고 나와야 했던
내 속은 정말 쓰리기만 했지만
철없이 그저 즐겁기만 한 두녀석의 모습으로 보상을 받아야
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