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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독백


BY 동해바다 2002-01-05

술을 마셨어....아침부터...
상쾌한 하루를 여는 아침부터....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터질듯한 가슴을 어쩔 수가 없었지..

자신의 학대라는 무덤 속에 들어가 며칠째 헤어나지 못하는 남자를
달래도 보고 울어도 보고 화도 내보고....그러다가 지쳐버린....
밤을 새워버린 아침이였거든...

베란다와 거실을 가로지르는 두터운 유리벽이 찡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어..
묵직한 재떨이에 그 두꺼운 유리가 생명을 다하고 있네...
속상해서....그래서 마셨어...

설상가상으로.
곱디고운 심성착한 아들의 입에서 결국 상스러운 말을 들었어...얼마나 놀랬는지....

증오스런 눈초리로 유리벽을 바라보며 튀어나온 가벼운 욕설에
왜 난 또 예민하게 반응해야만 했을까...
욕이라고는 도저히 입밖으로는 내뱉지 못하는 나여서일까...
입이 더러운 남자때문에 시달려서 아들만은 그러지 않길 바랬는데....

그래서 한잔 한잔 더했지...

왜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야...
그 무덤에서 빨리 헤쳐 나오란 말이야...

내가 더이상 어떻게 해 주길 바래....

집에 들어가는게 겁나.....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