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도 춥다
겨울이니 추운게 당연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의복의 질 이 좋은 탓인지
내 어린시절 귓볼이 얼얼 하던 그런 강추위는 아닌것 같다
쨍하는 얼음소리
고드름 녹아 물흐르는 소리
보리밭 서릿발 밟으면 서걱 사각 서릿발 부서지는 소리
온 하늘 까맣게 덮어버리던 갈까마귀떼
전선줄에 부딪히는 칼바람 우는소리
아득히 멀어져간 그리운 소리들이다
중학교 1학년 그 해 겨울
우리마을에서 15분 거리엔 철길이 있었다
하학후 우리는 기차가 떠난 텅 빈 철로위를
친구들과 걸으며 노래도 부르고
얘기도 나누는 그당시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산책로이기도 했는데 그 길을 좋아한건 또 하나
철길을 끼고 있는 허름한 판잣집 구멍가게
때문이기도 했다
과자종류도 기껏해야 또뽑기과자 십리사탕 뻥튀기
등 먼지 쓴 ?p종류 과자뿐인데
유난히 우리 입맛을 돋구는 자그마한 빵틀에서
구워진 이름하여 풀빵
풀빵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우리가 먹던 그 집의 풀빵은
애기풀빵이었다
동그란 모양을 한 아주 작은 풀빵인데 여느 풀빵과 달리
앙꼬(팥속) 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그런 풀빵이었다
다만 노릇 노릇 구운 풀빵을 허름한 접시나부랭이에
담아 설탕을 훌훌 뿌려주기만 하는데
따끈한 풀빵을 한입에 쏙 넣어 호호 불어가며
씹어보면 달콤한 설탕과 어우러져 얼마나 맛있던지
무엇보다 값도 쌌기 때문에 중1짜리 우리에겐
안성맞춤의 군것질감이었다
그 구멍가게는 친구어머니께서 하시고 계셨기에
교회일 보러 잠시 자리를 비우면
서툰 솜씨로 풀빵을 서로 구워보겠다고
자리다툼도 하고 친구어머님이 안계신 동안
우리는 빵속에 사탕을 앙꼬처럼 넣어서 녹여 먹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시장길에 호떡집도 보이고 국화빵도 보이고
황금잉어빵이니 붕어빵이니 종류별로 다 나와있는데
우리가 어린시절 먹던 조그만 풀빵 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재래시장 모퉁이 한적한 곳 에
할머니 한 분이 가끔 굽고 계신걸 딱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추억속에 맛 을 생각하고 먹어봤지만
옛날의 그 맛이 전혀 아니었다
빵 재료가 바뀐것도 아닌데
내 입맛이 변한 탓 이리라
그래도 요즘 처럼 바람불고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간혹 어쩌다 정말 철로변 판자집 구멍가게 그 풀빵이
새삼 그리워질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