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는 얼굴에 화장을 한다.
이젠 나이가 든 얼굴이
맨얼굴로 밖에 나가는데 자신이 없어
바쁘면서도 얼렁뚱땅 오분도 채 안걸리는
그림을 얼굴에 그린다.
거울속에서 웃고 있는 낯익은 여자가 환하게 변신되어
나를 속이고 있다.
혼자 만족하며,
"다녀 오겠습니다!"
"응, 다녀와라"
저녁밥이나 지으러 들어 오겠다는 말까지 내포되어 있는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오는 발걸음이 바쁘다.
어른들은 허리아픈데 무리될까봐
염려스러움 담긴 눈빛을 한 채로 인사를 받으신다.
아무도 와 있지 않은 화실안이 썰렁하다.
난로에 불을 손수 켜 주시는 선생님의 미소에서
맑은 냇물소리의 여운을 본다.
먹을 갈고 있는 시간으로 마음의 안정을 배운다.
까맣게 갈린 먹물을 붓에 묻히며 심호흡을 한번하고
숨을 멈추고 서툰붓을 놀린다.
기다랗게,
혹은 짧게,
건강하지 못한 잎도 있고,
미처 발육하지 못한 잎도 있다.
난초가 한촉한촉 심어져서 키워지고 있다.
서툰 손끝에서 자란 내 난초는
영양이 부족한 것 같게도 보이고
별종난(?) 같게도 보인다.
하긴 난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별종을 좋아 한다니까.
내가 제일 한가한 겨울 동안에
열심히 난을 키워서 금년 연말쯤엔 멋지게
난을 그려넣은 연하장을 만들수 있을 기대로
그냥 기쁨이다.
한낮이 한참 지난 오후에야
가게에 들어서며 남편에게 묻는다.
"점심은?"
"먹었어, 라면 끓여서..."
"라면 너무 자주 먹는것 같애요."
조금은 미안해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론 싱싱하게 키워낸 蘭을 생각하고 있다
겨울 동안에 열심히 하면 틀림없이
멋들어진 蘭을 키워낼 수 있을것 같아,
가을에 있을 회원전에선
자신있게 도록 내놓으며
그이와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대신 한다고 말하고 싶다.
蘭草를 키우는 이번 겨울은
하루의 시간이 짧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하루종일 가게 지키는 그이는
길기만 하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