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길어 슬프다던 종족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나처럼 목이 길고 나처럼 슬플까!
언젠가 그녀가 틀어놓은 텔레비젼을 통해 스치듯 본적이 있긴 있는데 그래도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우두머리가 되기위해 드높은 관도 모자라 검불을 뒤집어 쓰고 한판 싸움을 벌이고 푸른 초원을 달리다 풀을 뜯다가 흩어지는 식솔을 불러모아 어디론가 유유히 사라지던 그 종족들을 우연히 본적이,,,, .
오늘 내 목에 반창고 깁스가 더 늘었다.
검정색이 두 군데 초록색이 더 해져 요란스럽지만 버틸 수 있는 힘이 조금이나마 생겨 다행이다.
푸른 초원의 풀을 뜯듯 난 카페트를 훑으며 민들레 홀씨같은 실오라기들을 가슴에 품어주었다.
또 그속에서 고물고물 거리던 개미 몇마리와 그들의 만찬이 되었을 빵부스러기 몇개까지 거두워 들였다.
그리고 쇼파 밑으로 낮게 엎드려 오래전 굴러들어 온 동전을 물어오고 미로상자 같은 바퀴벌레 퇴치약을 이리저리 밀고당기다 더 은밀한 곳으로 보내놓고 마침내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입에서 쓴내가 난다.
사는게 곡예다.
목숨과 온전한 일상을 위해 그들이 바위소금을 핥으며 발굽을 세우고 절벽을 타듯, 긴 목도 모자라 촘촘하고 줄줄이 늘어선 내 목 관절이 늘어나 찢어지도록 바닥을 기고 핥는 곡예를 나는 한다.
가슴이 스멀스멀거려 괴로울때 쯤 그녀는 내 가슴을 통채로 들어내 방금전의 모든것들을 게워내게 한다.
내 가슴이 텅텅 부딪히며 베란다 아래로 작은 먼지 알갱이를 날려보내고 얼마후면 팽팽한 가슴 필터로 갈아 끼워야겠다는 그녀의 속엣말을 엿 듣는다.
누군가 이사를 가나 보다.
이제껏 한번도 만나 본적없는 가까운 이웃이었을 진짜 내 종족이 버려지는 모습이다.
그 역시 칭칭 동여맨 목을 축 늘어뜨리고 쓰레기 통으로 던져지는 순간, 인간의 연금에서 벗어난 기쁨도 잠시 꿈으로만 찾아가고 밟아보던 초원을 떠올리며 무참히 부서지는 장열한 최후.
주인이었을 그녀가 장례를 치루어준 늙은 경비에게 천원짜리 지폐를 건네준다.
저승가는길 노자 마저 가로채는 늙은 경비가 모처럼만에 하늘을 흘낏거리며 끽끽 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 목숨이 다하는 날, 늙은 경비는 담배 한값정도의 무언의 흥정을 끝내고 더 힘껏 나를 내리칠 것이다.
몸서리쳐지는 종말을 확인하고 들어선 그녀의
말끔한 거실, 트로트 노래가 미끄러지듯 흐르고 난 못내 아쉽고 서러운 장송곡을 대신하며 비좁은 창고로 다시 갖히고 목이 길어 서럽고 슬프다는 먼먼곳의 종족 아닌 종족의 푸념을 떠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