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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77) *보고싶은 내 아이들*


BY 쟈스민 2002-01-04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바로 할머니댁으로 간 아이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

집안에 들어서면 혼자서 불을 켜는 일이 왜 그리도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건지 ...

곁에 있을 땐 집안 어지럽힌다고 늘 잔소리 하는 엄마로 살곤 하였는데
아이들이 곁에 없는 요즘 난 영 사는 재미가 덜 하다.

모처럼의 자유를 맘껏 누리리라 단단히 맘을 먹기도 했었는데...

역시 난 아이들 곁에 있을 때 물 속에 노니는 물고기처럼 편안한
호흡을 할 수가 있는 가보다.

아이들이 있을 때 보다 청소 한번 덜 하여도 되니
남들이 보면 참 팔자 편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며 지내는 일도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사람 사는 집은 시끌 벅적하고, 늘 따끈한 온기로 가득하여야
제 맛이 나는 것인지를 아이들이 없는 요즘 실감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로 엄마 목소리를 확인하곤 하는 내 아이들 ...

할머니가 두드려 주시는 엉덩이에 지금쯤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저무는 겨울을 보내고 있을 테지 ...

나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어도 생각은 어느새 그곳으로 향하고 만다.

몸은 이곳에 마음은 늘 아이들이 있는 그곳에 가 있는 나는 마치
몸과 마음이 따로 살고 있는 듯 하다.

맛난 음식을 먹을라치면 그 음식 좋아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느라
한참씩 그러고 있고, 가지런히 정돈된 아이들 방에 들어가면
마치 아이들이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 부모도 나를 그리 키웠으려니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아진다.

춥다고 옷가방에 바지만 잔뜩 챙겨보낸 엄마와 달리 멋내기에 바쁜
딸아이는 이제 곧 엄마가 챙겨다 주는 스커트가 입고 싶어질 테고,
손꼽아서 엄마 올 날을 기다리겠지...

엄마, 아빠 떨어져서 그리 여러날을 지낼줄 아는 게 기특하여서,
내 아이들이 그만큼이라도 잘 자라주어 늘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그만큼 자라도록 늘 뒤를 보아주시는 시부모님의 건강을
아울러 빌어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늘 너무도 크나큰 햇살같은 사랑 주시는 그 분들께
나는 어쩌면 내가 받은 만큼의 사랑을 다 돌려드리지 못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여 그 사랑을 다시 무엇인가로 드리고 싶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아이들을 보러 가야겠다.

맛있는 거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 가득 싣고서, 아이들을 보듬으러 가야 한다.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셨어요?"
새해 두번째날 인사를 건네던 녀석의 해맑은 미소가 어서 보고 싶다.

엄마한테 편지를 부쳤다고 하는데, 아마도 편지를 읽어 보기전에
내가 아이들의 얼굴을 먼저 볼 것 같다.

앞으로 나는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
그런 엄마 되어 보고 싶다.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무럭 무럭 잘 자라주었으면 ...
엄마의 바램은 그 한가지란 걸 아이들의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다시금 느껴 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다 줄까?
어른들 드시게 사골을 고아 드릴까?
과일은 뭐가 좋을까?

나는 벌써부터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지낼까?
머리속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해 본다.

이만큼 하고 사는 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픈 날도 많았지만
지나고 나니 온통 감사해야 할 일들로 넘치는 듯 하다.

코트깃 사이로 스치는 겨울바람에도
춥지 않을 수 있는 건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일 것이다.

나의 길에 때로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기도 하겠지만
나의 맘은 오늘도 한없이 푸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