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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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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사랑때문에


BY 들꽃나라 2002-01-03

매년 연말이면 교회행사로인해 쉬지못하고 결국 몸살로 
앓아 누워야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피곤이 겹쳤다. 
성가대 송년모임도 포기하고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안을 대강 청소하고 막 침대로 들어가려는데 

큰 녀석이 전화를 했다.후배 몇명을 데리고 집에와서 잔다는 것 
정월 초하루 가족끼리 지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에 와서 
잠을 자야한다 ....에구 연 이틀을 교회행사에 몸이 엉망인데 ... 
일단 아이가 결정한 일이기에 그러라고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누웠던 몸을 추스리기 쉽지 않았거니와 장정들을 먹여야 
한다는 부담감.... 일단 일어나 몸울 추스리고 장을 보러 갔다. 

아들이 전화를 했다 
아이들이 오면 절대 부모님에 대해 묻지말란다. 
늘 친구들이 오면 집에 전화를 했느냐고 묻는 엄마가 혹시 
다른 질문의 연속으로 인해 행여 후배들이 생각하고 싶지않은 
아픔을 겪을 수 있으니... 대충 아이들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그렇구나... 
이민자들 생활이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은 알았지만 
마음이 무척 아팠다. 어떻게 따습게 아이들에게 마음 내어줄까 .. 
일단 아이들 칫솔을 장만하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에고 하나님 나 아픈거 이틀만 미뤄주세요!' 

작은 아들은 형이 애들을 데려온다니 싫어하는 눈치다 
큰 아들이 이야기한 것을 미리 귀뜸을 해 주고 절대 싫은 
내색하지 말라고 하니 금새 마음을 풀어 고개를 끄덕인다. 

늦은시간까지 영화보며 즐겁게 떠들고 큰 소리로 웃는 것 보며 
마음이 무척 시리다. 저 환한 미소가 늘 저들의 생활속에 있었으면... 
때 마침 한국에 있는 아이 아빠가 전화를 했다. 
아이들을 바꾸라 해서 당연히 '아빠야 전화받아...' 
큰 아이가 얼른 전화를 받아들고 제 방으로 들어가 받는다 
나오더니 동생을 불러 다시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고 나온다 
아... 부족한 에미 보다 얼마나 마음 씀씀이가 귀한지 ... 

아침에 빵 굽고, 베이컨 굽고, 계란 후라이하고, 소세지굽고 ... 
평상시 기름냄새만 맡으면 이틀을 고생해야하는 두려움도 잊고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면서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 

남을 배려한다는 것 내 입장보다 먼저 그 입장이 되어보는 것 
남을 배려한다는 것 내 힘겨운 상황 접고 상대 상황에 맞춰가는 것 

오후가 되어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저 아이들이 제 아빠들이 
지나 온 그 아픈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교회에서 그 아이들을 만났다 
떡국을 먹는데 물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얼마나 귀한가.. 
자기 받은 작은 사랑에 금새 배려함으로 보답하는 그 고운 마음.. 
부엌으로 들어가 설겆이 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쭈빗거리고 들어온다. 
어색한 몸짓으로 서 있는 아이..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것 보며 
어쩌면 저 배고픔은 굶주린 사랑때문일꺼야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올 해 첫날 나는 그 아이들을 통해 아주 귀한 나눔의 사랑을 배웠다. 

              밥푸는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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