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이가 미국에서 왔어. 지금 대학로에 있는데 나올 수 있니?"
"그래? 누구누구 모였어?.. 준비하고 나갈께"
오래간만에 듣는 친구 목소리에
이민 간 후 6년 동안이나 못봤던 친구가 왔다는 소식에
설렘 반으로 전화를 끊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는 길 내내 고민에 휩싸입니다.
'오랫동안 못만났는데 무슨 얘길 하지,
너무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들어야 할텐데..
그냥 회사에서 늦게 끝난다고 하는 편이 낫질 않았을까?'
약속장소로 가는 동안 나가야할까를 다시 고민해야한다는 게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막상 친구들을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알게 된 지 10년이 훨씬 넘은 친구들..
걱정과는 달리 금세 예전처럼 웃고 떠듭니다.
"너 애를 둘이나 낳고도 똑같다"
"너두 그래"
말로는 서로를 위로하지만 다들 많이 변했더군요.
어쩔 수 없는 세월임을 서로의 얼굴로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좀 더 솔직한 남자 친구애는 말합니다.
"야 그냥 길거리 지나가다가 만났으면 못 알아보겠다"
안그래도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들었는데
그때 다른 여자 친구 하나가 말합니다.
"그래, 너는 살을 안 찐거 같은데 얼굴이 좀 변했어"
"변하게 아니구 늙은거지"
유쾌한 척 대꾸를 합니다.
그리고 목으로 넘어오려는 한마디를 꾹 삼킵니다.
10년이 훨씬 지나도 남자친구 애들은 양복만 입었다 뿐이지
별로 달라진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자 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를 낳지 않은 애들까지도
30대 중반으로 달리는 나이를 고스란히 얼굴에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밴 얼굴이 왜 자신이 없을까요?
단순히 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것이 싫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따라 외모는 변하는 데도
마음이나 정신연령은 아직도 20대 초반에 머무르며
나이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보면
나이에 맞는 차림새며 말투가 좋아보입니다.
젊어보이려고 온갖 치장에 꾸밈이 있는 모습은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한 해를 마감하며
나이를 먹으며 그에 맞게 성숙해지기를 바래봅니다.
나에게 변했다고 말했던 친구에게 삼켰던 말은
'니가 더 늙었어'입니다.
그 말을 내뱉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