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신은 질색인 성격이라
해가 바뀌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결코 점집은 가질 않는다.
물론 인간인지라 이따금 호기심에
한 번쯤 보고 싶단 생각을 해 보긴 했었던 게 사실이다.
남편과의 궁합은 어떠한 지
(이제사 보면 뭘 해.
이십 년 넘게 그냥 살아왔는데...)
우리 아들 녀석들의 미래는 어떠할 지...
(그렇게 중요한 인생을 한낱 점쟁이에게 맡길 순 없지만...)
그런 내게 꼭 바람을 넣는 친구가 있다.
삼십 년 넘는 우정으로
희노애락을 함께 해 온 친구.
발령철이나 입시철이면 꼭 전화가 온다.
'얘, 좀 따라가 주라.
넌 안 봐도 되니까...'
'그럴 돈 있으면 너네 애들 과일이나 사 주라니깐'
단호하게 핀잔을 줘도 막무가내다.
몇 번 거듭 된 부탁으로 따라 간 적이 있었다.
십오 년 전, 그리고 재작년이던가...
옆에서 듣고 있으면 참 재미있었다.
신통하게 ??薩竪?하는 거 같고...
귀를 쫑긋 새우고 들을라치면
'너도 한 번 봐 봐...'라며 옆구리를 찌르는 통에
결국은 나도 보게 되었었다.
처음 복채는 친구가 대 주면서 보라는 통에
마지못해 응했었다.
그 때 그 사주쟁이 왈,
'당신은 앞으로 절대 이런 거 보지 마.
그 돈으로 신랑이랑 고기 사다 볶아 먹어.'
볼 필요가 없는 사주래나 뭐래나...
아무튼 예견대로 인생에 별 굴곡없이
불혹의 나리를 넘기며 잘 살아왔다.
그런데 또 보러 가자고 성화인 친구.
이번엔 정말 자기만 보고 올 것이니 동행해 주라고
통사정이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가장 친한 벗의 소망이라니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12시에 중요한 회의가 예정되어 있던 터라
그 안에 끝내고 와야 한다는 다짐을 받은 후.
물어물어 시내에 이름이 알려진 사주쟁이집을 찾았다.
알고 보니 십오년 전의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친구가 가족들의 생년월일을 대고
궁긍한 것들을 묻고
사주쟁이는 쉴 새없이 미래를 말 해 주고...
'아이들이 둘 다 낮은 대학을 가겠어.
큰 애도 낮은 대학 갔지?
내년에 둘째는 편입해야 높은 대학 가.
친구를 조심해야 해...'라며 풀어 나가는데...
참 신통하기도 하지
친구는 그 둘째 때문에도 사주를 보길 원했는데...
들을 거 다 듣고 역시 옛날처럼,
'너도 한 번 볼래?'
친구따라 강남 가듯 그렇게 드디어 나도
사주라는 걸 봤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정말 한가락 했을 인물이야.
**시장은 *도 아니다하며 큰소리 치고 살 사람이구먼.'
대뜸 첫 시작부터 흥미로운 풀이.
'맞아요, 맞아'
친구는 맞장구를 치고.
'어라, 이 집 아이들은 둘 다 고속도로네?'
네???그거이 뭔 말씀이래요?
'대학까지 완전히 고속으로 통과한다고.'
기왕 내친 김에 이십년 넘게 산 남편과 나의 궁합도 물었다.
'이혼 안하겠어요?'
'끈끈이 궁합인디 무신 놈의 이혼?'
기분 좋은 말만 잔뜩 듣고 왔다.
함께 가자던 친구는 근심을 얻고
난 믿거나 말거나 즐거움을 얻고,
시장과의 간담회는 이미 늦어버렸고...
지성과 교양을 무기로 알고 살아 온 나도 별 수 없이
평범한 아낙이 되어 아들녀석을 불러 앉혀놓고
듣고 온 얘길 들려줬다.
'얘! 사주쟁이가 내년 3월부터 네 세상이라더라.
아무래도 넌 배치고사에 수석할 모양이다.'
'엄마! 사주쟁이 말이 정말 다 맞대요?'
에구~ㅇ,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녀석.
그냥 이 에미의 희망사항이다 녀석아...
살기 어려운 때일수록 점집들이 호황이라는데
나도 그 숫자에 더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각
모두들 평안하게 살아가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설마 사주쟁이들이 자기네들 찾는 사람 없어
굶어 죽게 되었다고
농성하는 일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