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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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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난 길을 바로 돌면...


BY 들꽃편지 200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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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난 길을 바로 돌면

흙으로 벽을 바르고

찌그러진 네모난 창이 있고

마당엔 온통 들꽃이 흐드러진

내 집이 나온답니다.

작고 소담하고 산골스런 집이 바로 내 미래의 집이랍니다.

뒤문은 열면 장독대가 보이고

장독대 뒤엔 앵두나무가 두어그루...

봉선화꽃과 채송화가 자매처럼 서 있기도 하겠지요.




혼자라도 좋습니다.

친구같은 애인이 있으면 좋겠지만...

개와 고양이 두마리가

양지쪽에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은 조용한 시골생활

10년후쯤에 꿈꾸고 있는 내 집이

이 숲길을 바로 돌면 보인답니다.




창가엔 작은꽃이 피는 화분을 올려 놓고

찻상엔 들꽃 몇송이를 꽂아 둘겁니다.

벽엔 너저분한 건 걸지 않고

들꽃그림 액자 두 개와

수채화 그림이 있는 달력을 한 장 걸어 둘겁니다.

방 창엔 광목 커텐을 내리고

나뭇가지를 커텐봉 대신 쓸겁니다.

좋아하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잉크를 찍어 계절엽서를 쓰고

우편함을 나무로 투닥투닥 만들어 들어오는 입구에 세워 놓겠지요.




첫사랑은 추억으로 돌리고

세상살이엔 욕심을 채우지 않겠습니다.

가끔씩 들꽃을 보며 산문을 쓰고

옛날이 그리우면 슬픈 시를 한편씩 쓰게 되겠지요.




하늘도 내것이고

뒷산도 내 산이 되고

너른 들판도 다 내것이 되는

자연은 누구에게나 고르게 배풀어 주는

조건없는 사랑이랍니다.

풀꽃이 여리게 피고

나뭇잎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냇물은 흘러가도 흘러가도 내 손과 발을 변함없이 적셔주는

구속하지 않는 사랑 바로 자연입니다.

집 옆으론 또랑이 잘잘잘 흐르고

또랑가엔 물봉선화꽃이 수줍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이랍니다.




들꽃에 관한 모든것을 준비하고

대문을 활짝 열어둘겁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인 사람이든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든 행복이 넘치는 사람이든

들꽃구경을 하면서 차 한 잔씩 타서 마시게 하고

마음 편하게 쉬다 가면 더 바랄것이 없겠지요.

들꽃 용품을 팔겁니다

물론 비싸지 않게 준비를 할겁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아닌

내가 좋아 내 집을 일구며, 들꽃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든 구경하러 올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조용한 가요나 불교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 놓겠습니다.




먼 길 온 사람들을 대접해야겠지요.

푸성귀 비빔밥이나 콩나물 국으로 간단하고 요기를 해결할겁니다.

작은 텃 밭에푸성귀를 길러야 겠는데...

농사가 어렵다는 걸 안답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배워야 할 공부겠지요.




마당 한 견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자리을 마련 할겁니다.

집안에도 난로를 들여야 겠지요.

나무를 지필 수 있는 난로가 될겁니다.

마당엔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고서

그 그늘 밑에 평상을 놓고 싶습니다.

누워서 하늘과 구름을 보고 별과 달을 보겠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

들꽃이 흐드러진 집이랍니다

만약에 혼자라면 외롭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배경음악 :이동원박인수-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