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들 녀석 둘. 고래를 잡으러 가기로 예약된 날이다.
다리 상처난 부분을 계속 치료 받으러 다니던 중이었는데
의사한테 물어본 것이 결국 예약을 하고 만 꼴이었다.
에이 모르겠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그랬다고.
내꺼 아니니까 일단 벌려놓고 보자 싶어 어제 예약을 했다.
오늘 다섯시에 일반 환자들 진료 다 끝나고 나면
조용한 시간에 조용히 하자고 했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주성이와 친한 친구 환철이도 같이
잡겠다고 따라 나섰다.
졸지에 고래가 세마리가 되었다.
시커먼 잠바를 걸친 세마리를 데리고 정형외과로 들어서니
"어머 어머니. 어제 두명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하고
간호사가 물어온다.
"네 간호사님 어젯밤에 뻥튀기해서 한마리 더 만들어 버렸어요."
깔깔 거리고 웃어대는 간호사들.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이들 셋은 불안한지 연신 코코아를 빼달라, 비타민c를 사달라.
주문 사항도 많다.
나 참. 고래 잡아주느라 돈 들어가. 먹을 거 사먹이느라 돈 들어가.
아니 나 좋자고 하는 짓도 아닌데 이거 내가 왜 슬슬 기는거지.
1층에서 진료를 하고 6층 수술실에 들어가니 괜히 가슴이 콩닥거린다.
가장 먼저 할 사람부터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하고, 주성이의 친구
환철이가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며 가장 먼저 하겠다고 나선다.
" 선생님 한번의 시술이 평생을 좌우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예쁘게 잘 해 주세요."
"아니 어머니. 어머님이 써 먹을 것도 아닌데....
그리고 이 고래잡이는요 미운게 이쁜거래요."
ㅎㅎㅎ 고걸 내가 몰랐구만요.
아뭏튼 이렇게 들어간 세명.
순서대로 종이컵을 하나씩 매달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나오는 폼이라.
"어매 남자로 안 태어난 것이 천만 다행이구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수술을 한 환철이가 화장실을 갔다 오더니
팔짝 팔짝 뛰면서 달구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어머 어떡하니? 아줌마가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나는 환철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환철이 엄마는 눈이 잘 안 보이셔서 따라 오지 못 하셨는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죽여 울고 있는 환철이가 너무 안 됐어서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 빼줬다.
아이들은 마취가 풀리자 어쩔줄을 몰라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잘 참아내는 우리 아이들이 대견했다.
집에 오자마자 생각을 다른데로 유도하기 위해
피자를 시켜주고, 어거지로 막던 오락도 두시간씩이나 마음데로 하게하고.. 오늘 엄마가 크게 인심썼다.
"니네들 진정한 남정네로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
그런데 초등학교 동창회에 간 남편은 왜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지.
남편 돌아오면 남편의 거시기도 고래를 다시 한번 잡아 놔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