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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83

이 남자를 사랑합니다.


BY pinekone 2001-12-22

그는 아주 단신입니다.
그럼에도 취기엔 180이 넘는 장신의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곤
노래를 흥얼거려 보는이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는 아내의 생일이라든지 결혼기념일같은것을
멋지게 연출해서 아내를 감격하게 해준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입버릇처럼 핑계를 토해냅니다.
자기는 어렸을적부터 선물문화(거창하게 문화라고 합디다)가 발달한
집에서 자라지 않아 그런것을 잘 할줄 모른다고 합니다.
그땐 선물을 잘 하지 않으셧던 우리 시아버님이 나쁜 사람이 되곤합니다.

그래도 살다보니 미안했던지 아들놈과 저의 생일날 꽃가게를
들러본 모양입니다.
꽃값을 주인에게 물어보곤 아들놈에게 그랬다고 하더군요.
"야...꽃사지 말구 우리 고기나 넉넉히 사가지구 갈까?"
꽃선물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남편에게
꽃값은 아마도 매우 비싸다고 느꼈겟죠?
암튼 그의 아내는 꽃도 그렇구 변변한 생일선물한번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구 그는 콘도나 호텔같은 청결한 숙박시설에서 휴가보내는것보담
다리밑에서 솥걸어넣구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것을 좋아한답니다.
요즘은 다리 기둥마다 짜장면집과 다방스티커가 붙어있어서
배달도 신속하게 된다고 너스레까지 떤답니다.

술이라면 또 한술하져...
부어라마셔라...깨져라...입니다.
술마신날 밤이면 밤새도록 아내를 사랑한다고 외칩디다.
맨정신에 그 사랑한다는 말 그의 아내는 단한번도 들어본적 없습니다.
그래서 술김에 외치는 사랑한다는 그말
정말 지겹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그의 아들과 딸은 술고래인 아빠가 엄마보다 좋다고 합니다.
백프로입니다.
그는 아들과 딸의 사랑을 등에 업고는 아내를 꼼작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따라잡지못하는 위트로 가족을 항상 즐겁게
해준답니다.
그가 집에 있는동안은 개그맨이 필요없지요.
정말 타고난 머리가 반짝반짝합니다.

선물한번 변변히 안해주고
단신에다 배불뚝이에다
술고래인 남편이 무엇이 좋겟냐구요?

글쎄요...
그래도 전 이남자를 한없이 사랑합니다.
선물로도 돈으로도
대신할수 없는 이남자의
저에대한 사랑을 너무나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선물이 없어도
돈을 많이 안벌어다 주어도
그앞에서는
저는 세상에서 부러울것 없는 왕비이거든요.

저처럼 사랑한다는 말 많이 들어본사람 없을겁니다.
비록 취기일망정..

하하하하...
그래서 부부는 또 살고
또 살고 그러나 봅니다.

저는 이 남자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