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고 일어난 남편.
양쪽 눈이 온통 시뻘겋다.
이상하네. 어제밤꿈에 누구하고 눈싸움을 했나?
자고 일어났는데 눈이 저렇게 시뻘걸게 뭐야.
밥을 대강 챙겨 먹은 남편이 한의원으로 정형외과. 안과로
병원 순례를 나선다.
아니 이건 성지 순례도 아니고 병원 순례라니....
한의원은 축구하다 정강이를 걷어차인곳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는데 자꾸 그기가 결린다고 침 맞으러 가고...
정형외과는 손가락 부러져 한달동안 깁스를 해놨더니
손이 뻗뻗하게 굳어서 물리치료 받으러 가고
안과는 토끼눈 같이 빨간게 머틀머틀해서 머틀도사 면하러 가고.
아이구 예편네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남편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서 힘들어 죽겠는데
집안에서까지 김새는 말만 한다고 면박 주면서.
그래 이 기회를 내가 놓칠 수가 없지.
아이구 남편을 바꿔 치우든가 해야지
다 낡은 남편 데리고 살래니 힘을 쓰야 말이지.
자동차도 10년 넘으면 바꿔탄다는데
사람도 한 10년 같이 살면 바꿔 치우는 법은 어데 없나.
아니 냄편이 고장나면 고쳐서 델고 살 생각은 안하고
머시기가 어쩌고 어째.
바꿔치운다고.
그래. 그러는 마눌은 안 늙고 20대 그대로 있남.
마눌이 어차피 냄편 바꿔봤자 3~40대지 어디 20대하고
살 것 같애.
당신. 나 바꿀려면 애 새끼들 다 델고 가.
내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 택시 몰고 나가면 20대 아가씨들
쌔비리따 안 카나.(참고로 남편은 개인택시 운전.)
오매 오매 뭔 말을 못 한다니까.
참 나 원 더러워서 돈을 벌든가 해야지.
집구석에 쳐박혀서 살림이나 하니까 사람을 참 우섭게 아는구만.
한 일주일 보따리 싸 갖고 나 없이 잘 살아 보라고
가출을 해. 말어/.
참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말 한마디 잘 못 했다가
본전도 못 찾게 생겼다.
아무래도 그냥 고쳐서 델고 살아야 할란가보다.
돈이라도 갖다 주니까.(갑자기 이 행운이 비참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