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전
자랑은 아니지만
한 미모했던 나
외출하면 행인의 절반 이상은 (특히 남자들이)
침 흘리며 바라봤던 나
큰 키에 섹쉬어필한 이미지~ 흐~
한때는 거리를 걸으면
바라 보는 사람들 시선이 지겨운 때도 있었지요
택시를 잡으려고 서있으면
서로 태우려고..(넘 과장했나~???)
아무튼,
이런 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았던 콧대를 달고
결혼을 했지요
첫아이 임신하고는
동생한테 구박도 받았지요
"언니 이젠 좀 아줌마처럼 보여라
뒤에서 보면 아가씬줄 알겠다~" 흐~
첫아이 낳고
세월 더 흘러
거리에서 처음 아줌마 소리를 들었던 날은
밤새 잠을 이룰수가 없었던 시절
연년생으로 또 다시 임신
첫아이 임신 했을때부터
임신 했을때 파마하면 안좋다고 해서
미장원 한번 못가고
둘째아이 바로 임신해서
큰애와 시름하느라
머리 손질할 여유는 커녕
밥먹을 시간도 없어서
본의 아니게 기른 머리가
허리까지 닿았답니다
이뻤냐구요~???
험..
울언니가 그러데요
"야~ 너 머리좀 어떻게 해라~
꼭 중국 교포가똬~ 낄낄~"
상처~ 상처~
아이들 젖병 끊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때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기로 했지요
그래도 꾸미면 왕년모습 어디 갈까봐~ 흥~
그래도 아즘이니까 아즘같은 모습으로
수더분하게 차리고 나갔답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으니
나름대로 편하기도 하고~
오랫만에 마주 앉은 친구
안스러운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는 내내 절 바라 보더라구요
마치,
시집 잘못까서 지지리 고생하고 사는 친구 바라보듯,
외모가 뭐 대수라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면 되는고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와
옷장문을 열고
폼나는 옷 없나 뒤져 봤습니다
..없었음돠~
아..이게 몬가 하는 생각
그날부터
아이들 먹다 남은 바나나 얼굴에 문지르고
아이들 먹다 남은 요플레로 맛사지하거~
두드리고 문지르고~
머리도 자르고~
옷도 사입고~
특별한 약속도 없었던 어느날
시험삼아 외출을 하기로 했지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중에
십프로만 날 쳐다봐 주어도 성공한거다~!!!
비장의 각오로 출발한 외출~
길을 걷노라니
길가에 건물을 짖고 있더군요
공사판에서 일하는 아저씨들 한무리..흐미..
설마,
저 아저씨들은 쳐다 보것지~
..안쳐다 봤음돠~
외출 내내 거리의 사람들은
정말 너무도 무심히 나를 스쳐갔고
오히려 풀잎같은 모습으로
나풀거리며 걷는 여자들에게
주눅이 들어 버렸지요
비참한 마음에
차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 달려오는
군인을 하나 가득~ 실은 군용 트럭~
호~
예전에는 떼거리로 일어나
나에게 휘파람과 환호성을 질러대던
지겹도록 집요한 나의 팬들~
설마..너희마저 날 버리랴~
고개를 꽂꽂히 들고
등을 더 쭉 펴고~
점점 다가오는 군용트럭~
..콩닥.. 콩닥..
마침내 내 앞을 스쳐간 군용트럭 뒤에는
한무리의 군인들이 표정없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고
몇 몇 사색에 잠긴 군인들이
무심히 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허걱~
죽어야지..
몇년 사이에 폐인이 된게야~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퍼부어 대는 폭언들
당신 만나서 이렇게 되었다는 둥~
..기타등등~ (충분히 알아 들으시리라 믿음)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남편의 한마디
"구래둥~ 당신 아직도 이뽀..."
"시꾸랏~!!!!"
^^
아이들 키워 놓고
다시금 시작한 직장생활
이제는 이쁘고 상큼하지는 않지만
나이 먹은 제 모습의 빛깔을 낼 줄 아는
저만의 색깔을 지닌 여자로 다시 태어 났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없어도
무리중에 굳이 튀지 않아도
조금도 섭섭하지 않은
편안함과 넉넉한 마음이 있어서
예전보다 차라리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습니다
하지만
나를 가꾸는 일에 소홀해 하지는 않습니다
여자의 외모는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수없이 다독 거려주는
위안이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절대 퍼져서 살지 마시길..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의 끈을 놓지 마시길..
새해에는 모든 분들 더욱 행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