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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관람...그리고 시누이


BY cosmos03 2001-12-21

방송국에서 보내준 무료 연극공연 티켓이 생겼읍니다.
태어나 단 한번도 연극관람이라는것은 해 보질 못했읍니다.
가슴이 설레이고 흥분이 마구 되었읍니다.
분위기를 맞추느라 그랬는지
하늘에선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 화장도 곱게 했읍니다.
??스틱도 짙게 칠했고...
옷도 제일로 좋은 옷으로 준비해 놓았읍니다.
집안일을 서두릅니다.
4 시와 7 시의 공연중.
남편과 나는 분위기를 찾느라 7 시 공연으로 잡아 놓습니다.
딸 아이에게는 다음에~ 라는 약속을 합니다.
오랜만에 부부만이 외출을 하고 싶었읍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반 협박으로 다음을 약속한 것입니다.

보아온 장 꾸러미를 풀러서는 이른 저녁 준비를 합니다.
아직은 5 시도 되질 않았읍니다.
미끄러울까 싶어 조금은 여유롭게 출발을 하고 싶었읍니다.

전화가 옵니다.
큰 시누이 였읍니다.
" 저요, 지금 출발할께요 "
채, 무어라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전화는 끊어집니다.
황망히 남편의 얼굴만을 쳐다봅니다.
" 어떻해? "
" 뭘 어떻해? 전화 다시해서는 오지 말라고 해 "
" 그럴까? "
하지만 선뜻, 전화기에 손이 가질 않습니다.

" 그냥, 저녁 같이 먹고 티켓 고모 주지뭐 "
생각은 아니지만 말만이라도 그렇게 합니다.
" 그럼, 그러던가... "
남편은 쉽게 대답을 해 버립니다.
조금은 서운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 복 쪼가리도 지지리 없는 년아 )
속으로 난 한탄을 해 봅니다.

밝은 얼굴로 시누이와 시누이의 남편이 함께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보따리를 풀러 놓습니다.
다단계를 하라는 이야기 보따리를요.
황당했읍니다.
처음에는 무슨 건강식품인가를 오빠와 올케언니인 제게 좋은것이라며
내어 놓습니다.
우린, 그것이 우리에게 줄 선물인줄 알았읍니다.
" 이게...얼마짜리예요? "
조심스레 묻는 내게 시누이는 대답합니다.
" 소비자가가요 삼십몇만원인데요 언니에게는 회원가로 이십칠만원에 드릴께요 "
( 이십칠만원씩이나? 기가막혀 )

건강에 좋다부터 시작해 돈을 무척 많이 벌수있다는 말을
정말로 침 튀기며 설명을 합니다.
마음이 조급해 옵니다.
이미 시간은 6 시가 넘어가고 있읍니다.
자꾸만 초초해져 옵니다.
그리곤 조금씩 밉살맞어 갑니다.
그래도 끝까지 내색은 하지 못 합니다.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어서 저녁이나 먹고 가 주었으면...
아니, 저녁도 먹지말고 가 주었으면...
그런 생각들만이 납니다.

장황한 설명이 끝날때쯤...이미 시간은 관람시작이 지나버린 7시 10분이었읍니다.
시누이 내외도, 우리 내외도 갈수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겁니다.
오늘이 공연 마지막날 이거든요.

끝내는 남편의 완강한 거절로 섭섭한 얼굴 하나 가득
시누이 내외는 돌아갔읍니다.
물론 저녁식사도 하지 않은채 말입니다.
마음이 찝찝합니다.
그냥...남편의 눈치도 보입니다.
눈 딱 감고 한개쯤 팔아줄껄~ 싶기도 하고.
아니야, 한번 서운하고 말아야지. 잘햇어! 싶은 마음도 듭니다.
물건만을 파는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나중에는 가입해라~
활동해라~ 할것이 불을 보듯 뻔 하니까요.
그래도 내가 참 모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녁 밥상머리에서 남편이 말합니다.
" 내가...너무 심했지? "
" 글쎄. 좀 그런것도 같고... "
" 아니야, 그래도 내가 잘했지? "
" 글쎄 잘한것도 같고... "
" 넌 뭐냐? 이것도 글쎄고 저것도 글쎄고 "
딱히 뭐라 꼬집어 할말이 없읍니다.
날아가 버린 연극공도 그렇지만 그냥 돌려보낸 시누이가 더 마음에 걸립니다.
남편과 내가 과연 잘한것인지.
아니면 둘다 너무 모진 사람들이 된것인지.

저녁먹은 설겆이도 그냥 싱크대에 담그어놓고는
심난한 마음에 주저리 주저리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