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 설악산인고 제가 북한산인고
온통 하얀 설경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산야가 잡풀은 온통 눈속에 덮여 흔적조차 없고
커다란 나무 발목만 갠신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얀눈에 눈이 부시고 따스한 기운을 불어내는 햇살에 녹는 눈이 또한 눈부시다
한사람 지나갈 정도의 작은 길 사이로 어느새 녹아 내리는 물기가 보인다
따뜻한 기운을 받은 흙에 의해 푸석푸석 눈이 맥을 못춘다
푹 밟으면 소복한 눈이 쑤욱 내려간다
제아무리 수북한 눈도 한줌 햇살엔 별수 없구만.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는데 때 아닌 폭설이라니..
이크~~갠신히 피했네
주먹만큼씩한 눈덩이를 이기지 못한 소나무 가지가 따사로운 햇살에 휘청거린다
슬슬 녹기 시작한 눈덩이가 더이상 버틸 힘이 부족한듯 잡은 손을 맥없이 놓아버린다
이쪽 나뭇가지에서 푸시시~ 쏟아지고
저쪽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눈덩이가 곤두박질 친다
물방울 하나 톡 이마에 떨어진다
아차직 하면 정수리에 한방울 또 톡 ! 아이 차가워~
산속이 온통 처마밑 낙숫물을 방불케 한다
으라챠챠챠~ 이건 또 웬 복병?
채 녹지 않은 얼음위에 덮인 눈이 슬슬 녹기 시작하니 제 모습 드러낸 얼음과
질척하니 녹은 눈길이 얼음만큼 미끄럽다
휴~하마트면 사정없이 응뎅이로 미끄럼 탈 뻔 했네~
빨랑 녹아야지 이거야 원 산행을 제대로 하겟나..쯧쯧.
무방비 상태에서 얻어맞은 물방울이 무쟈게 차갑다
발 아래 얼음과 미끄럼에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머리위 녹아 떨어지는 눈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올라가는 길은 그래도 뒷굼치에 힘을 주니 올라가겠구만
내려오는 길은 장난이 아닐세.
도로 가장자리에 밀어부쳐 놓은 눈이 녹느라 인도가 형편없다
장화 아님 제대로 건너지도 못할 만큼 물바다이다
여기도 녹는 눈 저기도 녹는 눈
그래 어서어서 녹아라 다니기도 편해지게
맞아 자동차들이 모두 꼴이 아니군
긴 겨우내 침묵으로 일관하던 계곡의 두꺼운 얼음아래로
소리없이 봄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
엄청 쏟아붓던 폭설과 꿈쩍않고 꽝꽝 얼어붙었던 얼음장 아래엔
봄맞이 준비를 서두르는 맑은 물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내민다
01. 2월 19일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