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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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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분홍바바리


BY 솔바람 2001-02-20

봄은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이는 계절임에 틀림없겠죠?
봄에 생신을 맞으며, 고희를 살아오신 우리 할머님의 세월에도 봄은 싱싱하게 약동하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작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지난 2월 18일은 한평생 시골에서만 살아오신 우리 할머님의 칠순 생신이었습니다.
그 날, 우리 손자, 손녀 넷은 할머님께 옷을 사드리기로 합심하고, 할머니를 큰 시장으로 모시고 나갔었지요.
이곳 저곳을 돌아보시던 할머님은 바바리를 입고 싶다고 하셨고, 우리들은 할머님을 따라 바바리를 고르고 다녔습니다.
색상이 안 맞아서, 또 크기가 달라서 몇몇 가게를 거퍼 둘러보는데, 할머니가 "저건 어떠냐?"하고 가리키시는 것을 쳐다보다가 우리는 잠시 멈칫했답니다.
물색도 고운 연분홍바바리가 할머님의 손길 끝에서 화사함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거든요.
서로의 눈짓이 엉키면서 곧 할머님의 마음을 깨달은 우리들은 예쁘다고 칭찬을 하며 할머님께 입혀 드렸지요.
키가 워낙 작으신 할머님께 잘 맞는 옷이 잘 없었는데도 마침 그 바바리는 소매를 조금 줄이자 할머님의 것이 되었답니다.

언제나 고운 색깔보다는 노인네 위용에 맞는 색상으로 한복이나 스웨터, 긴치마만 사드렸던 것에 대해 미진해 하셨을 할머님의 마음을 우리는 그제서야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할머님은 돌아보는 사람들을 개의치 않으시고, 자랑스럽게 분홍바바리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셨습니다.
며칠 뒤엔 분홍바바리를 입고, 거의 일년동안 가보지 못 했던 이모할머님 댁엘 다녀오시겠다며 즐거워하시는 할머님을 보며, 우리는 모처럼 효도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었습니다.

혹, 이 이야기를 읽은 여러분들 중 누구라도 자그마한 체구의 칠순 할머니가 분홍바바리를 입고 거리를 지나시거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지만 말고, "할머님, 참 고우시네요."하고 칭찬 좀 해주세요. 할머님의 봄빛이 환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