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못하는 남편 기살리기
울남편은 술을 잘 못한다.
원래가 술이 잘 받지 않는 체질로 소주는 한잔 맥주는 두잔이면 완전히 간다.
물론 지금은 아내인 나의 알콜겨운 내조에 힘입어 소주 반병까지 주량이 늘어났지만 결혼초만 해도 울남편에게 술을 권하면(특히 울 오빠)나 한테 억시로 눈총과 미움을 받아야했다.
그런 울 남편이 결혼 후 회사에서 첫 술자리를 가졌을때다. 남편은 거의 실신지경이 다 되어 동료 직원에게 업혀 온 것이다. 동료 직원은 남편을 성질고약한 택배아저씨 짐짝 부리듯 집앞에 던져놓고는 꽁무니가 빠져라고 달아나버렸고 나는 그후로 열흘간 술독으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죽끓여 먹이랴 약달여 먹이랴 그 뒷바라지에 가슴이 졸아 붙는것 같았다.
그런후로는 남편에게 술을 심하게 권하는 직원은 없었지만(그날 아주 학을 뗀 모양이었다) 남편 입장에서는 술자리에서 자신을 따돌리는듯한 생각이 들었는지 회식 후엔 언제나 풀이 죽어 들어오는거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남편은 또 한번 인사불성이 되도록 엄청나게 취해서 이번엔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남편을 집까지 끌어다준 기사 아저씨 세탁비 달라며 나에게 엄청 지랄지랄했다.)
"우쒸~ 난 왜 술을 못마시냐..."
"나보고 남자도 아니래......나하곤 상대하기 싫데 ...그래서 내가... 다 마셔줬다... 다 마셨어..짜식들 까아불구있어....달란 말..이야......먹는단 말이야...."
뭐라고라고라고라..... 열이 뻗쳤다.
남편의 동료나 상사들이 울 남편에게 술김에 심한 모욕을 준것이 분명했다.
그러치 않고서야 못하는 술을 저렇게 마실리도 없고 저렇게 흥분해서 횡설수설 할리도 없지 않은가...
그뒤로 한달간..... 난 또 한편 남편의 술독을 풀어 주느라 병원으로 약국으로 동분서주해야했다.
으드득 빠드득(이가는 소리)...
나는 속으로 복수의 칼을 갈았다(물론 착한 울남편 모르게...)
그러던 어느날 우연찮게 기회는 찾아왔다.
부서회식을 우리집 근처에서 한다는 거였다.
남편의 전화를 받은 나는 기회는 찬스라는 생각으로 서둘러 지갑을 챙겨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울 남편 대신 제가 한잔 받으면 않될까요.."
요렇게 시작한 술자리가 두시가 넘어서 끝날때 까지....나는 꺼떡없이 그자리에 있던 일곱사람을 모두 보내버렸다.
"졌슴다...이제 더이상은...."
이들은 모두 내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짜식들 진짜 까아불구들 있어..."
나와 울 남편은 취한 인간들을 모두 택시에 실어 보내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빨며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울남편의 얼굴이 가로등 빛을 받아 환하게 밝아지는것을 나는 보았다
다음날 퇴근한 남편은 전 과는 다른 힘있는 목소리로 히죽히죽 웃어가며 이러는거다.
"사람들이 나보구 무서운 놈이라는거야....능력있는 놈이라나.... 마누라 잘 얻었다구....."
"그래? 그럼 그사람들 집으로 한번 불러 내가 한번 쏜다구 그래."
난 울남편 한테 그날 부장이 너무 취한 나머지 바지에 실례를 했었다고 절때루 말하지 않았다. 그리구 다른 직원들이 술김에 털어놓은 그들의 아내들이 알면 기절초풍할 오프더레코드성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도 절때루 발설하지 않았다.
그건 지금꺼정도 비밀인기라.(나도 술자리 의리는 있다)
암튼 그뒤로 남편은 술자리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그냥 "우리 와이프도 부를까요?" 그러면 갑자기 모두들 숙연해 진다던가 뭐라던가...
(아마도 도둑이 제발 저리는격이라고나 할까.....ㅋㅋㅋ)
암튼 술 잘 먹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그건 절때루 능력이 아니라 식성일 뿐인 것이다.
술먹는게 능력이라믄 두주불사 울 친정아부진 대통령감인기라..
내는 부통령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