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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때쯤엔...


BY 雪里 2001-12-20


얇게 매달린 12월의 마지막 달력.
한장의 얇음이 바람되어 내 마음을 흔든다.
한해가 또 지나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떠밀려서 한살의 나이를 보태 받는것 같아서,
또 그냥 그렇게 나이의 숫자가 많아 지는게 싫어서
뭐라도 표시나게 어른 노릇 해가며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년말의 증후군에 시달린다.

마지막 한장에서 삼분의 일만을 남겨두고 있는 지금
나는,
나이값 못하고 또 그냥 숫자 하나 올려 받아야 할게 부끄럽다.

라디오나 티비에서는 좋은일 하는 사람도 많더구만.
어렵게 살면서도 남을 위해 더 어렵게 살기를,
쉽게도 하면서 사는 이들도 많더구만.
나는 나살기에 급급해서
남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한게 없이 또 한해를 보내고 있다.

엄마를 위한 시간을 갖으라는
아들의 말을 듣고
내시간을 만드느라 바빴고
아프다는 무기를 높이 받쳐들고
어른들과 가족에게 소홀했던 한해였었던성 싶어서
이렇게 혼자 인 시간에 누구에게 들킬까봐
몰래 죄스러워 하고 있다.

여러 사람과의 인연을 만든 해 였다.
8월말쯤 아.컴에 들어와 온라인으로 많은 인연을 만들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으며
우연으로 시작된 여러 지인들과의 인연도 나의 감성을
부풀려 주어 활력소를 만들어준 해였다고 생각한다.

나만을 위해 시간을 만들고
바빠하며 보냈고,
모처럼 구경한 바깥세상에 반해하며
돌아와선 말없이 지켜 보는 그이에게
재잘재잘 재미를 재생시켜 들려 주기도 했으니
내 시간 만드는 쪽으로는 성공한 해 였던성 싶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개운치 않음은,
한해의 마지막 자락에서 떳떳하게
고개 곶추세우지 못함은,
남을 위해 아무것도 한것이 없는
부끄러움 때문이리라.

동지를 앞둔 태양이 일찌감치 숨어 들어 가려 하고 있다.
오늘도 또 나는 저녁준비 시간에 늦어서
어머님이 준비해 놓으신 저녁을 먹어야 하나보다.

나는,또
버르장 머리 없는 며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