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님의 토지의 무대 평사리 토지마을 최참판댁 별당)
산행을 좋아하는 남편은 겨울에 접어들자 입산금지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12월15일을 기해 입산이 풀리자 밀려놓았던 연차휴가를 내어
지리산으로 향했다
화엄사입구까지 아침일찍 남편을 태워다 주고 나는 화엄사절로
들어갔다
눈이 오려는지 흐릿한 날씨 때문에 사진찍기에는 신통치가 않다
몇 번 셔트만 만지작하다 절을 빠져나왔다
내려오는 길에 햇살이 구름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어
운조루를 거쳐 악양 평사리 토지마을 최참판댁에서 몇캇을
찍고있는데 띠리리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상가에서 식당을 하는 동생친구 주영이의 전화였다
"누님 우리식당에 좀 나와 보세요"
"왜 그러는데?"
"글쎄 어젯밤에 도둑이 들어 식당이 몽땅 비었네요"
"어머 저런 어떡하냐 많이 없어졌니?"
"예..! 에어컨 온풍기....이러저런 전기제품이 몽땅 없어졌네요"
"어쩌냐 이렇게 추운데 ..... 그래 곧 가볼께"
그리고 전화를 끊고 한시간 남짓 걸려 식당엘 갔다
연말이라서 그런가 참 그 도씨도 유별나다 식당에 무슨
훔칠게 있다고
그런데 막상 식당엘 가보니 정말 식당에도 훔쳐갈게 많았다
주영이가 없어진 목록을 꽤는걸 살펴보니 모두가 고가품에
엄청 덩치도 큰것이라 아마도 그 도씨들 힘께나 쓰는 서너명은
작정을 하고 들어온 것 같다
에어컨 두 대, 온풍기 두 대, 김치냉장고, TV,
식기 살균기, 대형전기밥솥과 자질구래한 것 까지 천여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본 것 같았다
주위의 몇 군대 식당이 그 날 밤 도씨에게 당한 것 같았다
경찰이 왔다갔다하고 방송국에서 취재해가고 주영이도 허탈해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뭔가 위로를 해야하는데 할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누님! 그 놈들이 내가 천만원을 벌려면 칼질을 몇 번 해야하고
손님에게 고개를 얼마나 많이 숙여야하는지 알기나 할까요...?"
"그런걸 생각하는 도씨는 아마도 한사람도 없겠지"
어수선한 분위기를 대충 정리하고 설렁한 실내를 온기를 넣기 위해
주영이는 집에서 쓰던 난로를 피우는걸 보고 집으로 왔다
참 무던히도 참고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왜 사람들은 가만히
두지않을까?
주영이에게 이 겨울은 옷속으로 쓰며드는 추위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추위가 더 매섭게 다가오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잃은 물건은 돈을 벌어 되사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여유와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믿음의 신의를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 도씨에게도 이 겨울이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