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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기? 녹음기?~ 어디에 숨겨져 있냐?.


BY 수련 2001-12-15

며칠째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
일주일전에 남편이 술이 한잔 되어서
손바닥안에 쏙 들어갈만한 조그만 녹음기를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이거, 물건너에서 온건데 특별히 주문해서
산건데 엄청 위력이 좋다. 함 들어볼래?"
녹음테이프도 없이
스위치 하나만 누르니 우리가
말하는거 하며,숨소리까지도 다 들릴정도로
녹음이 잘되었다.

"아니, 이걸 뭐할려고 샀는데?"
" 아, 그냥 필요할데가 있을것 같애서.."
어디에 필요하단 말인가.
자기가 무슨 첩보영화의 주인공이나 되는지
그 작은 녹음기를 사용할때가 어디 있다고...

"아, 잘됐네. 이제 당신 술먹고 나한데 에먼소릴하고는
아침이 되면 안했다고 시침떼는데 내가 써먹어야되겠네"
하고는
내가 함보자고 빼앗으니 기겁을 하고는
후다닥 감추었다.
그러다가 술만먹으면 나오는 레파토리로
노래틀어라,밥가져와라,물가져와라,
옷벗겨라.....
정신없이 그날은 넘어가고
치매증상이 있는 나는 거짓말처럼 다음날
녹음기는 잊어버렸다.

며칠전 언니에게 전화가 와서
한참을 남편흉을 보았더니
"이서방 퇴근하다가 들으면 어쩔려고 그라냐"
그한마디에 번쩍 번개가 튀었다.

'아. 녹음기.. '
성능이 꽤 좋던데 집안의 문은 다 열어놓고 사니
마루에서 전화를 받아도 방에 숨겨져 있다면
들릴것이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얼른 전화를 끊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
어제저녁에 남편이 퇴근한후에 화장실에 간사이에
주머니,가방을 뒤져보아도 보이질 않았다.
저녁먹고 넌지시 "전에 그 녹음기 한번 더 보여줘봐요"
"뭐할라고?.됐네 이사람아"
사무실에 뒀냐고 유도심문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무실에 뭐하러 두냐,잊어버리면 어쩔려고,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
흥! 비싼걸 뭐하러 샀는데..
마누라 감시할려고 샀냐.

아니 그럼 집안 어딘가에 숨겨뒀단 말인가.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솟는것 같았다.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리인가.
올해를 보내는 마지막달에 한해를 정리하는 맘으로
차분히 나를 돌아볼라했는데
난데없이 녹음기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어야하다니....

오늘 저녁에는 담판을 지어야겠다.
녹음기를 내놓지 않으면
집 전화기 스위치도 빼버릴거고
집안에서는 한마디도 안할거라고.
그러면 지가 안내놓고 배기나 두고 봐야지.
양같이 순한(?)마누라도 화가나면 엄청 무섭다는걸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