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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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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대하는 아들의 뒷 모습에서....


BY 여울 2001-02-17

적은놈의 4박 5일 휴가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또 귀대 할
시간이 닥아온것 같다.
이제 귀대 했다가 며칠후에 전역을 하고 귀가 하게 되면 이제 더이상
날마다 걱정 하지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것 못지 않게 또다른 걱정이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요즘 핸드폰 없는 애들이 거의 없다. 오죽하면 동네 강아지도 핸드폰
이 있다고 하는 세상이 아닌가?

기십만원 하는 그것조차 나에게는 신경 쓰이게 만들고,
복학 하려면 등록금부터 필요한 책도 사야하고,
다부숴지고 없는 의자며 갈아 입을 옷 조차 변변한것이 없으니...
한도 끝도 없이 필요한것들 뿐이다.

그러나 당장 해줄수 있는거 라곤 아무것도 없다.
휴가 나와서는 체형이 비슷한 형의 옷을 입고 외출 하며,
그렇게 까탈 스럽지 않은 탓에 그럭저럭 잘 넘어 갔지만
이제 미루기만 했던것들을 어느것 부터 구입 해야 좋을지....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로 일거리가 없어 한푼 수입
없는지가 몇 개월 째 이고 보면 정말 아득 한 나날 이다.

성격이 워낙 무던하고 또 집안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자신 이 필요한 것들을 가지 겠노라고 떼는 쓰지 않지만 못해주는
부모 마음이 더 아플 뿐이다.

이제 귀대 하기 위해 빨아놓은 속옷을 챙겨입는 뒷모습은 더욱 안
쓰럽다.
대체 국방부의 예산은 어디에 쓰는건지 매번 휴가 올때마다 반반한
속옷을 입고온 꼴을 못봤다.
내복이란것들이 항상 낡아서 꿰멜수도없이 너덜거리는 것만입고 온다.

불쌍한것! 전방에서 고생스럽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집에서조차 입히지 않는 떨어진 내복을 입으며 나라를 지키라고 하나?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은 내내 눈 치우느라 고생을 더했다니....
우리가 두다리 뻗고 안심하고 편히 잠잘시간에도 금쪽같은 우리아들
들은 추위에 떨며 나라를 지킨다.

의무만 아니면 군에 보내겠다고 하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온실의 화초처럼 보호만 받고 생활한 나약한 아이들이 26개월의
병영 생활에서 강인하고 씩씩해 졌음은 나름데로 많은것을 경험
했다고 할수 있으나, 그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덜 고생스럽게
군생활을 무사히 마치기를 기원 하는 맘 뿐이다.

아들아! 장하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
이제 새롭게 펼쳐질 너의 생활을 앞두고 그 어느것도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램 하면서,
가기싫은 부대로 발길옮기는 쓸쓸한 너의 뒷 모습을 이곳에 적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