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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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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빠빠 룰라~


BY cosmos03 2001-12-12

얼마안있으면 친정 큰 오빠의 생신이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나니 실질적인 친정의 가장이 큰 오빠 이다.
하긴 부모님 생전에 계실때에도 큰 오빠가 가장 노릇은 했다.
아버지는 평생을 백수로 보내신 분이니
어쩌면 오빠는 성년이 되는 그날부터 가장이었을지도...

몇년전인가는 모르겠다.
큰 오빠의 생신은 음력으로 섣달.
오빠와 나의 나이 차이는 15 년..
우리집엔 섣달의 행사가 참 많다.
내 생일도 물론 그 중의 하나이다.
남편은 직장의 근무로 인해 갈수 없었고.
어린 딸아이를 아장아장 앞세우고 서울에 갔을때 날씨는 무척 추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니 생일 당일에 간 것이아니고
그 전날 올라갔었다.
술 좋아하는 두 남매. 오붓하니 서로가 마주 앉아 권커니~ 자커니를 하였고.
그리고 그날밤은 그렇게 깊어를 갔다.

이튿날이다.
오빠의 친구분들이 집으로 온다고 음식준비에 바쁜데.
팔짱끼고 구경만 할수도 없는몸.
부지런히 열심히, 음식만들고 잔 심부름에 바빴다.
대충 미역국도 끓였을것이고 고기도 재우고...
뭐 그런거 아니었을까?
무얼 얼마큼 장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6 시 경해서는 오빠의 친구분들이 들이닥쳤다.
바쁘게 왔다갔다 심부름을 해주고 한숨돌리려니
안방에서 왁자지껄하니 몹시도 시끄럽다.

상을 보아주고나니. 안방에서 올케 언니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언니가 들어가고...
심부름은 몽땅 내 차지.
술 들여주랴 물 들여주랴, 모자라는 음식도 들여주랴~
바쁜만큼 내 조도이는 조금씩 나와만간다.
얼마큼의 시간이 흘럿을까?
오빠께서 부르는 소리가 나서 들어가니 오빠의 친구분들께 인사를 하라고 하신다.
공손하게 상냥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나니 술잔을 주신다.
사양할 나 아니니 덥석~ 그 술잔을 받아서 단숨에 주~욱
들이키고 나니, 나가지 말고 오빠들과 함께 놀자고 한다.
심심도 했지만...
밥 보다 더 좋아하는 술을 준다는데야 내 마다할리가 있나?
그냥 자리 깔 밖에...

술이 있으면 다음에 따르는것이 노래.
지금이야 노래방으로 우르르~ 몰려들 가면 되지만.
그때만 해도 노래방이 있었는지, 아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시작으로 노래방이 개설이 되었다
가곡부터 가요로 팝으로...뽕짝에 트로트에.
그리고 나중엔 젖가락 장단까지.
니나노~~~~~ 판 이 되버린거다.
손님들이 돌아가며 한곡씩을 부르고는 오늘의 주인공이라며 큰 오빠에게
숟가락 마이크를 전해준다.
올케언니는 노래를 참으로 잘 하는데.
울 오빠를 비롯 우리 친정 식구들.
음주하고는 무지 친한데 가무 하고는 여~엉 안 친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누가 시키면 절대로 빼는 법이 없다는거.
째지던 튿어지던 깨져버리던...
막무가내로, 무시할수 있는건 모두 무시해가면서.
그것도 마지막 후렴까지 다 부른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 아주 어렷을때 큰 오빠의 " 노오란 샤쓰입은 말 없는 그으 사람이~ "
그 노래는 몇 번인가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실력은. 좀 그랬다.
음정. 박자. 청중. 완전히 무시해 가며 엉덩이 춤까지를 추셧던 분이니까.

아무튼 숟가락 마이크까지 받아 놨으니 오빠는 불러야 하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는 도데체가 노래를 부를 낌새가 없다.
올케 언니와 나는 멀뚱히 바라만 보는데.
오빠의 친구분들은 빨리 하라고 성화를 부린다.
울 오빠.
번쩍든 고개에... 청중을 한바퀴 휘~익..둘러본다.
그리고 마이크로 받은 숟가락으로 상 모서리를 조금씩 톡~톡...
웃으면 모두 가려져서는 하나도 안 보이는 눈을, 떳는지 감았는지
분간할수 없도록 지그시....
모두들 숨을 죽이고는 오빠를 주시한다.
( 무슨 노래를 하려고 저리도 뜸을 들이나 )
궁금함이야 이루 말 할수 없었지만 기다려 볼 수밖에.
얼마의 시간이 흐른때쯤.
오빠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삐~~~~~~~~~
( 응? 웬 삐? )
청중들 모두가 의아한듯 서로의 눈치들만 보고.
언니도 나도 알수 없어 그냥 오빠의 하는 양만 지켜볼뿐.
삐~~~~~~~~~~~~~~~~~~~~~~~~~~~~~~~~
아까보다도 더 길게 오빠는 또 삐~ 를 찾는다.
오빠의 친구분들.
" 어이~ 이봐 조형! 뭐해? 노래 하라니까? "
울 오빠. 그 분들의 말에 손사래만을 친다.
가만히 있으라는 뜻 인가 보다.
한정없이 삐~ 를 찾던 울 오빠.
숨이 턱 밑에까지 닿게끔 삐~ 를 찾더니.
그 다음 소리에 거기에 모여있던 오빠의 친구분들과 올케언니.
나는 말할것도 없이 모두 뒤집어져 버렸는데...
빠빠룰라~~~~~~~
와 동시에 그 거구를 일으켜서는 엉뎅이 춤을 추는것이다.
( 오빠 80 키로가 넘는다 )
그러니 조용히 무슨 노랜가를 호기심으로 기대하며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가 박장대소를 할밖에.

오빠의 노래소리는 모두가 뒤집어지는 웃음소리에 묻혀버렸지만.
빈 병에 숟가락과 젖가락을 껴서는 엉뎅이 춤까지 춰가며
그리도 삐빠빠룰라~ 를 불렀으니.
그날의 공연은 완전히 대 성황을 이루고는 끝을 낼수 있었다.
천연덕 스럽게 앉아서는 끝내 관중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우리의 큰 오빠.
얼마후면 환갑을 맞으시는데.
그 열정과 그 유머 그대로, 그렇게 늙어가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