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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46 - [건강] 적대감 느꼈을 땐 일지 쓰세요


BY 닭호스 2001-02-16


[건강] 적대감 느꼈을 땐 일지 쓰세요

일시(날짜와 시간) ·장면(장소와 일어난 일) ·생각 ·감정(어떻게 느꼈는지) ·행동(무엇을 했는지) ·연관성(그 상황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나)

■대일 무역적자 소식 들음 #1 일시:1993년4월27일, 오전 8시15분 장면:일본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가 났다는 소식을 라디오로 들음 생각:일본인들은 가져갈 줄만 알고 줄 줄은 모른다. 감정:약간 짜증난다. 행동:없다 연관성:별로 없다

■차 끼어들어 급정지했을 때 #2 일시:2001년2월9일, 오전 8시22분 장면:다른 차가 내 차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생각:뻔뻔한 놈 같으니라고! 감정:화가 난 지 몇분이 지났는데도 화가 안 풀린다 행동:5초간 자동차 경적 울림 연관성:높다. 저런 놈들 때문에 사고가 나잖아.

■아내와 여행 도중 ‘갈곳’이견 #3 일시:2000년2월10일, 오후 7시 장면:여행 도중 아내는 불한증막으로 가자고 하고 나는 사우나로 간다고 했다. 생각:여행에서도 성격 차이가 있구나 감정: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행동:내가 양보하기로 하고 불한증막 앞에서 3시간이나 기다렸다 연관성:약간 있음. 모처럼 여행인데, 아내에게 양보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은행 직원이 불친절하게 했음 #4 일시:2001년2월13일, 오후 2시30분 장면:은행 창구직원이 도장없이 카드로는 인출이 안된다고 불친절하게 대했음 생각:증권사와 은행이 다른 점을 미처 몰랐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야단치고 싶었다 감정:상당히 불쾌했다 행동:속으로 「참자」하며 호흡조절과 스트레칭을 했음 연관성:다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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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호스의 적대일지

#1. 일시: 2001.2.10. 오후 1시 30분 장면: 남편이 초등학교 동창들과 초등학교 당시 젊고 미모였던 여자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고 옷을 쫙 빼입고 나갔음. 그리고 몇 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음 생각: 결혼전에는 티부이는 사랑을 싣고에서 누가 찾아도 절대 안나간다더니, 자기가 되려 주최측이 되어서 여자 동창들을 찾겠다고 설치는 꼴이 웃기고 너무너무 화가 남. 행동: 나갈 때는 마음대로 나가도 들어올 때 그리되지 않을 것이라 엄포를 놓았음

#2. 일시: 2월 14일 수요일 하루 왼종일 장면: 친구가 놀러왔는데, 친구의 남편이랑 나의 남편이 같은 곳으로 출장을 갔다. 그런데 친구의 남편에게서는 전화가 오고, 내 남편은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가 가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살짜기 해보니.. 기찻간에서 자다가 전화를 받는다. 생각: 니 남편은 왜 전화 안하니? 하고 묻는 친구앞에서 으응.. 애 깰까봐 안하는 모양이야. 하고 구차한 핑계로 얼버무리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불쌍하다. 행동: 기찻간에서 전화를 받는 남편이 왠지 불편해할까봐 화도 못내고 그냥 전화를 끊었다.

#3. 일시:2월16일 금요일 오전11시 장면: 남편이 기침을 콜록거리더니 나가면서 기침약을 사와야겠다고 한다. 생각: 딸이 아파서 기침에 콧물까지 흘리고 식음을 전폐하고 괴로와할 때는 본 척도 안하더니, 자기몸이 약간 아프니까 대번에 약을 사먹어야겠다고 하며 나가는 것이 같잖다. 행동: 너는 니 몸만 중하지? 하고 타박을 주었다.

#4. 일시 : 하도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이 안남.. 장면: 애가 자지러질 듯이 울고 있는데도 안아주지 않고 가만히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음. 생각: 이렇게 애까지 천덕꾸러기로 살게하느니 차라리 이혼을 하자 생각했음. 행동: 부성애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인간... 하고 노려보았음..그리고 내가 밥하다 말고 김치국물 뭍은 손을 씻고 수건으로 닦고 뛰어와 아이를 안았음.

#5. 일시: 1월 28일 일요일 장면: 친정에 가 있는데 남편이 점심을 먹자마자 누워자는 나를 흔들어 깨우며 "경아.. 집에 안가?" 하고 다그쳐 물었음 생각: 처갓집 알기를 발톱에 낀 때만치도 안 아는 나쁜인간.. 내가 나중에 달이 시집가서 너네 사위한테 구박받고 백날 살아봐라.. 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았음 행동: 자다가 벌떡 일어나 "엄마. 나 갈께..저 인간이 가재.." 하고 말하고 짐을 싸들고 집으로 왔음

#6. 일시: 2월 14일 수요일 장면: 놀러온 친구가 자기 친정 아버지 생일에 100만원을 웃도는 바바리를 사드렸다고 말했음. 남편이 흔쾌히 동조했다는 말도 덧붙였음. 그 날 밤. 남편에게 그 얘길 하며 3월에 있는 아빠 환갑얘기를 꺼내자 남편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었음 생각: 갑자기 사는 것이 우울해지고 눈물이 남 행동: 너는 인간이 어째 그렇냐? 하고 한바탕 퍼부었음.

#7. 2월 16일 새벽 몇 신지 기억이 안남 장면: 딸아이가 잠에서 깨어 울었음, 딸아이 방으로 달려가서 얼른 다시 재우고 나오는데 왠지 잠이 안 옴, 소파에 멀뚱히 앉아 이 생각 저 생각하는데 잠이 더욱 안오길래 창 밖을 내다보니 아파트 단지내에 불 켜진 집이 없음 생각: 이러다 불면증 되는거 아냐? 행동: 자고 있는 남편의 배를 배고 눕는등 깨우기 시도를 해 보았으나 밀쳐내고 돌아누워 계속 잠.

# 8. 일시: 2월 2일 저녁 6시 30분경 장면: 남편의 직장동료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밥을 다 먹고도 애를 받지 않음. 나는 기다리다 못해 애를 안고 밥을 먹는데 애가 밥그릇을 잡아댕기고 그걸 제지하다가 떠먹던 찌개를 쏟고 그러자 남편의 직장동료가 나를 측은한 듯이 보다가 남편을 보고 "최선생 왠만하면 애 좀 받아주지 그래요?" 했다. 그제서야.. 남편이 나를 보고 애를 받아주었다, 그 때 남편 표정이 '너는 그러고도 밥을 먹고 싶니?' 였다. 생각: 사는게 구차하다. 그 직장동료의 아내가 갑자기 부러워진다. 행동: 말없이 애를 맡기고 밥 한그릇을 다 비웠다.

이외에도 남편의 만행은 그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심심찮게 자행되며 나는 그런 온갖 설움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어제 신문을 보니 한 여류소설가가 결혼생활이 실린 자전적 소설을 내며 밤새워 울었다는 말을 읽었다. 나도 이 적대 일지를 쓰며 내가 이러면서도 살았구나 싶어 문득 엄마와 아빠가 그리워졌다. 딱 일주일만 모든것에서 해방되어 쉬다왔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지나가는 아가씨들만 봐도 젖먹이 딸애와 그보다 더한 서방이 딸린 내 신세가 생각나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