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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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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는 마누라의 악처 일기 - 9 (남편의 옛사랑...)


BY 곰네 2001-12-12

저희 남편은 착하디 착합니다. 무지 건전하고 ...
하긴 착하고 건전하지도 않으면 누가 데리고 살겠습니까? ^^

저는 남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담.
'에구 누가 너랑 연애하고 싶겠냐...
나니깐 데리고 살지.... 쯧쯧.'
너무 남편을 우습게 안다고요? ㅎㅎㅎㅎ
그럼 어쩝니까 저의 좌우명 1호가
'남편을 우습게 안다'인 것을...^^

그래도 남편이 심각하게 옛날 애인 이야기를 하면
진지하게는 들어줍니다.
마치 너무 이해한다는 듯이...
그럼요~~ 이해는 하죠. 누굴 이해하냐구요?
당근 옛날 애인이죠.
'나 같아도 헤어졌겠다' 혹은
'너 만나는 동안 얼마나 쪽 팔렸을꼬..'하는 심정으로.ㅋㅋㅋ
그리고 한편으론
'너랑 다녔던 애는 너같이 무지 착하기만 한 애일꺼야 ...'
라고 생각한답니담.
(그렇다고 제가 미쓰 코리아처럼 아님
미쓰 청풍명월처럼 이쁘냐구요?
무슨 그런 깜찍한... 말씀을^^
사실 저도 그나물에 그밥입니다. 하하하.)

엽기적인 그녀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우연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신이 내려주는 다리라고.(<---요거 맞나요? 대충 이런 내용 같던데..^^;;)
아무튼 엄청 감동 깊게 들었습니담.

그런데..
그날은 좀 다른 날이랑 다른.
그런 날이었습니담...

오래간만에 청소를 했습니담. (저도 청소합니담. 흠흠흠 )
그날따라 책장 위는 왜 닦고 싶었는지...
책장 위를 의자를 놓고 닦고 있는데 무슨 봉투가 나오는 겁니담.
'에이 이게 뭐야..'
하면서 열어보았습니담.
근데 그 속에 여자 사진이랑 편지가 있는 겁니다.
'어 어!! 이거 봐라 웬 여자사진 그리고 편지...'
여러분 저는 악처의 표본에다 복쑤의 화신, 독싸같은 X이걸랑요.
하지만 저도 여자랍니다...(ㅠㅠ 믿어주세여.)

참고로 저도 연애를 안해본 것은 아니기에
그 정도쯤은 허허 웃으며 넘어갈 아량은 있습니다.
진짜라니깐요. 그러고 옛 애인의 심정을 너무도 이해(?)하기에...^^

아무 생각없이 한장한장 펼쳐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사진 속의 그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훠얼씬 더 예쁘고 분위기 있었습니다.
'아니 이런 이쁜 여자가 어찌 할 일이 없어서...'
남편이 옛 애인 이야기할 때 제가 머리속으로 그렸던
박경림같은 여자가 아닌...
'생각보다 예쁘구나...'
남편이랑 전혀 연결이 안되는 얼굴이었습니담.

그때 남편이 왔습니다.
"어 어!! 그거 뭐야..."
또 마구 퍼부었냐구요? 아니죠.
순간 저도 조금은 의외였던지라 (아님 우연을 가장한^^)
저는 고개를 들어서 조용히..대답했습니담.
"어...? 으응..."
그러곤 침묵!!
"......"
당황하는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이 손에 든 편지와 사진을 빼앗으며
"어 이거...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찢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놔둔건데...하하하.... 봤구나. 하하하...."
저는 암말도 없이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러곤 식탁에 앉았습니다.
후다닥 따라오는 남편...
"야 진짜야 그래도 옛날에 사귀던 앤데...
너도 알잖아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버리기도 그렇고 남의 사진인데...
야!!! 너 왜 그러냐 너답지 않게 하하하 ^^ "
엄청 노력하면서 해명하는 남편이었습니담.
"......" <----저는 침묵

그냥 그날은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안더군요.
그날(?)도 아닌데 뭐 그날 같은 날이 가끔씩 있더라구요.ㅎㅎㅎ
'오늘은 그냥 귀찮아... 싸우기...'(<---갑자기 요런 생각이 들더군요)

"산 사람인데 사진 찢어버리기도 그렇잖아아~~ 왜 그래~~ ^^;;"
"............." <----- 저는 또 침묵
남편이 분위기가 이게 아닌데 싶은지
저에게
"야~~~ 왜 그래 지난 일인데...
그리고 전에 내가 다 말 했잖아~~
니가 싫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버릴께..."

저는 한참을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있다가
"있잖아... 나 생각해봤는데.........."
"너한테 다른 사람 생기면 어떻게 할까 하고..."
"......" <----이건 남편입니다.
"첨에는 그런생각이 들더라.
바람난 뇬 머리끄뎅이를 잡아서 버릇을 고쳐줘야지 하고...
그런데... 쫌더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마악 화내고 싸우고 그럴 수 없을 것 같더라..."
"............" <------또 남편입니다.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거있지.... "
"그러니까 언제든지 말해..."
"................." <----역시 남편입니담..

남편이 담배를 꺼내서 피웠습니다. (올만에 심각한 모습...)
저요?
그때 어쨌냐구요? 저도 당근 심각했죠.

물론 속으론 ^^ <---요거 였던것 같기도 하고.
(지나고 생각하니..
전 아카데미상이나 대종상의
여우 독싸상에 올라갈 만하다니깐요.ㅎㅎㅎ)
근데 남편이 점점 심각해지는 모습...
그러니깐 전 웃음이 자꾸 나오는 겁니담.
이 시점에서 왠 웃음이...
그때 남편이 편지하고 사진을 가지고 목욕탕으로 가는 겁니다.

휴우 다행이다.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뻔 했는데...
목욕탕에 가서 뭘하나~~ 하고 슬쩍 지나가면서 보니
사진하고 편지를 태우고 있더라구요.
어쩜... 쭈그려 앉은 폼이 쫌 불쌍하더라구요.
갑자기 저도 예전엔 좋아하던 사람때문에
맘 아팠던 생각이 나기도 하고...
암튼 보기에 안쓰러운 장면이긴 했습니다.

것도 한 차례의 이별의식이었나...?
남편이 등을 돌려 누워있는 저에게 와서 그러더군요.
"너 밖에 없는거 알잖아..."
그러면서 등 뒤에서 몰래 우는 겁니담.
'짜식 영화찍냐?' 하는 생각이 나긴 하지만
저도 심각하게 "어... 나도 그래......."
그러면서 '이번 판은 쫌 잔인했나??' 하는 생각에
마구 양심이 찔렸습니담.^^;

밧뜨, 여러분, 사랑하는 마음에 의심이 싹트면 그 사랑이 깨지듯이
저도 촛불을 들어서 에로스의 얼굴을 확인하는 뿌시케가 되지 않기위해서는.
초장에!!!
그리고 사랑하는 말(?)에게는 째찍보단 가끔씩 당근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그날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담.
날로 늘어가는 전략과 전술... 하하하.<---- 진짜 재수없죠^^;;

그러고는 조용히 넘어갔느냐구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근데 이게 무슨뜻이라고 그러셨죠??)
그럼 제가 독싸축에나 끼겠습니까?

제가 그 연애편지에 쓰여있었던 노래가사를 알거든요~~
뭐냐구요? 일곱송이 수선화.^^
가끔씩 그 노래 가사 흥얼거리면서
"너 딴 맘 먹으면 둑어!!" 하면 (<--엽기적인 그녀 버전으로 써봤습니담 ㅎㅎㅎ)
"야~~ 너 또 왜 그래..."
챙피해서 쩔쩔매는 남편.^^
저는 가끔씩 이렇게 끔찍한 협빡하며.
남편을 잡기위해 끊임없이 노력 한답니담.
진짜로요 우연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신이내려주는 다리라니깐요 ^^

오늘 이야기 끝 (오늘도 여지없이 밥맛없는 저였습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