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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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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빨간운동화(2)


BY 몽마르뜨 2001-02-16

나에게는 너무도 길고 지루한 12시간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옆자리의 교포아줌마. 나에게 나갈 출구의 방향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는 자기는 스페인으로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위해 안녕을 했다. 처음 만남이었지만 좋은 경험담부터 그곳의 아이들교육문제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에 조금은 서운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짐을 찾고 나가면 보고픈 남편이 눈이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지. 그래. 아파도 웃으면서 힘차게 걸어가자. 여기는 파리다.
참고로 드골공항은 조금은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어서 처음 여행하는 사람은 낭패를 볼수도 있다. 하긴 나같은 사람도 잘 찾아갔는데 뭘.

2주만에 만나는 남편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특이하게 고개를 쑥
빼고 마누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국에서 만나는 남편. 감회가 너무도 새로웠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와 처음 느낀것은 물값이 무척이나 비싸다는 사실. 약을먹기위해 작은 생수를 한병 샀는데 5프랑. 서울의 2~3배 값이다. 캔콜라 하나에 10프랑. 우리돈 2000원(당시 환율로)이니,
겁이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호텔까지 가기위해 리무진버스를 탔다.
호텔을 에펠탑 근처로 잡고 싶었지만 숙박비가 만만치않고 예약도 거의 힘들어서 리옹역 근처로 잡았다. 리옹역은 프랑스의 대표적 고속열차 TGV를 비롯한 열차들이 정차하는 역으로 남편은 그날 아침 프랑스의 중부지방인 끌레몽포랑(Clermont-ferrand)에서 두시간을 열차를 타고 달려왔다고 한다.
리옹역에서 5분쯤 거리에 있는 호텔로 가면서 파리의 거리를 정신없이 쳐다보는데 남편이 이곳의 건물은 중세의 건물양식을 그다지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지었다고. 그러고보니 영화에서 보던, 5~6층을 넘지 않는 높이로, 자존심강하고 도도해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고층빌딩이 있는 지엮은 따로 있다고 했다고 했지만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강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호텔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큰 호텔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별이 3개짜리라고 하지만 6층짜리 건물에 방이 20개나 될라나.
그곳의 호텔은 특급호텔 빼고는 다 그렇다고 하는데. 남편의 말이니 믿거나 말거나...
짐을 풀고 가지고간 햇반과 통조림등으로 간식으로 때우고 두통을 잠재우기 위해 잠을 청했다.
2시간을 자고 난뒤에도 두통은 멈추지 않았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근처에 가서 밥이라도 먹자고 나갔다. 입이 짧은 나는 프랑스 음식은 느끼해서 먹을 생각도 못하고 근처 중국 식당으로 방향을 잡았다.
놀랍게도 중국의 화교들은 그곳까지 음식점들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리에 중국 음식점이 꽤 많음).
프랑스 사람들. 음식과 와인을 먹으면서 2시간은 식사를 한다.
수다. 수다. 여자들은 어딜가나 그렇게 말이 많은가보다.
그런데 혼자 와서 먹는 중년의 남자 역시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듯싶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 법은 아니지만 남편과 나역시
모처럼의 휴가를 그들과 비슷하게 천천히 여유롭게 보낼려고 식사역시 천천히 하기로 했는데, 못다한 이야기도 하면서.
옆자리에 반가운 동양사람들이. 남자 3명에 여자 1명이 들어왔다.
우릴 보고 한국 사람이냐면서 반가운 인사를 하고, 바로 주문을 마치고 식사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면서 중얼중얼. 식사가 나오자 딱 15분만에 마치고 일어섰다. 반가웠다는 인사를 뒤로하고는 후다닥 나갔다.
밥상에서 이야기하면은 안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와 그들과의 차이였다. 어느것이 옳고 그름은 논할 수 없음을.... 잘알고 있다.
밖으로 나와 샹제리제거리라도 가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다음날로 미루고 숙소로 들어왔다.
샤워를 마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서는(?) 그대로 깊은 잠에빠졌다.
파리의 첫밤은 그렇게 깊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