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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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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0

온리 유5~


BY ggoltong 2001-12-11

그녀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갓난쟁이가 빼뱅 울어대고
큰아이는 정리해둔 장난감방을
열심히 어지르기에 바쁜
그렇게 아침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밥먹인답시고
밥알의 반은 방바닥에 너저분하게 누워있고
그나마 그녀는 갓난쟁이를 업은채로
제비마냥 입벌리고 있는 큰아이에게
온갖 공을 들여 밥을 먹이고 있다.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갓난애가 갓난애가 아닌지
벌써부터 업는맛이 들어서
아예 등에 붙어 살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업고 살림하는게
누워서 짜장면 먹기보다 힘든일이라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때르릉 ..전화가 왔다.
고무장갑 후다닥 벗고 전화를 받았다.
헌데 말을 하지 않는다.
이상타...

그녀는 다시 장갑을 꼈다.
그리고 설거지통에서 수세미를 잡았다.
그때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또다시 뒤뚱뒤뚱 뛰면서
전화수화기를 잡았다.

허..이상타..이번에도 말이 없다.
이 사람이 장난하나..

그녀는 장난끼많은 남편을 의심했다.
그리고 깨갱 울어대는 업은 아기 궁댕이를
툭 때리며 신경질 적으로 또다시 설겆이통앞으로 왔다.

그러자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이제는 거의 경악 수준으로 그녀는 쿵쿵쿵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그러자 말없이 가만 듣기만 하던 그 주인공이
톡~!하니 알아서 먼저 끊어버렸다.
그녀는 화가났다.
때마침 그녀의 큰아이는 책을 가지고 탑을 쌓다가
와르르 무너져 그만 코를 찧어버렸다.
아프다고 아이가 울어댄다.
아이 우는 소리에 업은 아이도 고양이 칭얼거리듯
빼액빼액 울어댄다.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친 모습의 자신을 발견했다.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이게 무슨 꼴이람..

그때였다.
또다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작심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 음악실기시간에 억지로 올렸던
하이 소프라노 시험때 말고 처음으로
기차화통삶아먹은 소리가 났다.

"누구얏! 누군게 계속 전화질이야~ㅅ!!"
그러자 머피란 놈 옆에서 낄낄거리듯
전화수화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다름아닌 그녀의 시어머니였다.

"얘~넌 무슨 애가 전화예절이 그렇게 없냐!
내가 아니고 느이 시고모라도 됐으면 집안 망신감이네 그려.."
그녀는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의 시어머니가 몇일 쉬다 가신다고 하셨다.
김장도 해주시고 고추장도 담가주신다고 하시니
그녀로써는 짐을 더는 일이지만
어쩐지 그런 기쁨도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녀는 그녀의 시어머니에게 흠잡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집안을 광택냈다.
혹여 쓰레기통 뒤지실까봐 무서운 시아버지 생각에
다 차지도 않은 종량제 봉투 훌러덩 갖다 버리고 오기도 했고
이제 남은 일은 다용도실 청소였다.

그녀는 지쳤다.
아이들도 그녀만큼 지쳤는지 한밤중으로 알고 쌕쌕 잘도 잔다.
'어디 나도 눈이나 부쳐볼까...'
그녀는 침대에 쓰러졌다.
그러자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는 둥 또다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잔뜩 짜증이 났지만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뜻밖에 전화에서 나오는 소리는
괴기풍선입에 물고 주섬거리듯 말하는
모르는 남자였다.

'아줌마 하루 이빨 몇번 닦어...흐...'
뭐야? 이건 또 무슨 인간이야...
'전화잘못 거셨어요~ 장난전화하시마세요.'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미친x다봤다며 그냥 풀썩 침대로 쓰러졌다.
그러자 또다시 전화가 왔다.

'흐...아줌마..나 궁금하지..나도 아줌마 궁금해...'
이 자슥이!
그녀는 말대꾸도 하지 않고 끊어버렸다.
그리고 전화선을 빼놓고 한숨 잠을 청했다.

어둑어둑..
저녁때 오신다는 시어머니.
그녀는 무의식중에 곤한잠을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를 굼벵이 기어가듯 열어살펴봤다.

그래..오늘은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개나 끓이자...
그냥 우리식구는 사다먹는 김치가 좋은데...
하필 이런때 오시냐...

그녀는 입이 댓자는 나왔다.

그녀 남편이 왔다.
그리고 부시시한 그녀 얼굴에 대고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투덜메들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자기엄마는 그냥 우리 먹고사는것에 신경 안쓰셨으면
좋겠다..우리 그냥 김치 사다먹으면 되잖어.
애들 조금만 키워놓고 그때 김치 담가먹자..
어머니 김치 담가주신다고 오실때마다
나 얼마나 중노동하는지 자기는 몰라..
자기 아버지 눈치보느라 배추 시래기까지 삶아서 놔야지..
그거 뒷치닥 거리 죄다 하지...자기야,나 정말 힘들어..
오늘도 종일 일만 했단 말야..'
그녀 남편은 그녀 이야기에 안쓰러운듯 쳐다만 봤다.
그리고 주방에서 서성이는 그녀를
쇼파에 앉히고 앞치마를 뺏어입었다.

그는 알수없는 재료로 쉬어빠진 김치를 볶고
룰루루 계란말이까지 해냈다.

때마침 초인종 소리가 났다.
분명 그녀 어머니일게다.
그녀는 현관문으로 가는 남편의 앞치마를 홀라당 벗기고
열심히 주방일에 헌신하는 아내로 돌아갔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잔뜩 배추와 무우를 사왔다.
그리고 시장하시다는 시부모님 저녁을 차려드리고
그녀는 먹는둥 마는둥 몇술 뜨고는
아이들 밥을 먹였다.

그리고 김장작전에 돌입했다.
깨끗히 배추다듬어 그녀 어머니가 시키는대로
소금간을 쳐놨다.
시간은 어느새 아홉시가 다됐다.
그녀의 허리는 부러질것만 같다.

'에미야, 간 죽으라고 관둬. 일루 들어와서 좀 쉬다하자.'
'어머니..내일 해도 되지 않아요..?'
그러자 무슨소리~
그녀시어머니는 내일 김치한통 가지고
혼자 사시는 친구분 댁에 가신다고 한다.

순전히 이기주의..
이럴거면 좀 일찍에나 오시잖고...

그녀는 짜증이 콧바람으로 쌩쌩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전화가 왔다.
그녀 남편이 받아보니 짤칵 하고 끊어버린다..
또 전화가 왔다.
또다시 그녀 남편이 받으니 또 짤칵 끊어버린다.
그녀 남편은 단순파라 그저 아무렇잖게 아이 우유를 먹였다.
그러자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또다시 전화가 왔다.
그러자 가까이 앉았던 그녀 시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뉘겨'
그러자 전화기 속에서 이상한 목소리의 남자가 며느리를 찾았다.
'댁이 뉘신데 남의집 며느리를 찾고그러슈!'
그러자 전화송수화기의 괴한이 말을 한다.
'나는 댁의 며느님과 특별한 관계지...흐...'
그녀 시어머니는 화들짝 놀라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또다시 괴한의 두드림이 시작됐다.

그녀 시어머니가 로보트처럼 받아댄다.
'계속 까불면 너 경찰에 신고한다! 이놈이 집안 무서운줄 모르고'
그러자 괴한이 말을 한다.
'우리 집안도 무서운디...어흥...나 무섭지....흐흐흐'
그녀 시어머니는 화가 났다.
그리고 때마침 누군데 화를 내시냐고 묻는
그녀 며느리에게 불똥 한삽을 퍼댔다.
'넌 몇번이나 말대답을 해줬길래 네가 내 며느리인것도 아냐!
이런 놈은 그냥 툭 끊으면 됐지,얼마나 말장난을 쳐줬길래
네가 며느리인줄 다 알어?'
그녀 시어머니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저 화가 났을뿐인데 괜스리 참한 며느리 하나 잡을라고 한다.

하루가 힘들었던 그녀.
아무소리 안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갓난아이 우유먹이느라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침대에 머리를 묻고 울었다.
아무 생각없던 그녀 남편.. 아내가 울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든다.

그녀는 서럽게 울었다.
그녀 시어머니에게 서운한 마음보다
그저 고단한 생활이 서러워 아이처럼 숨죽여 울어댔다.
그러자 그녀 남편이 도닥거린다.
'자기 힘들지..?
힘들거야.. 하루종일 아이들하고 있을려면..
내가 조금 일찍 끝나면 자기 많이 도와줄텐데 요즘 왜이리
하는것 없이 바쁜지 모르겠다..자기야,내가 나빠..
나 왜이렇게 나쁜놈 됐냐..?'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저 숨죽여 울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 귀에는 이미 고된 생활의 항생제같은
그녀만의 비상약이 흘러들어왔음을 느낀다.

그래도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렇게 배추뒤적거리다가
도로 와서 한바탕 울어대고 뒤적거리다가 또다시
한바탕 울어대고 그렇게 김치를 담글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