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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인 승부역


BY 들꽃편지 2001-02-15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다.

승부역을 이용하는 이 마을 사람들 중 막내 나이가 59살이고
최고령인 할머니가 84살이다.
막내 할머니가 샘물에서 물을 받아 최고령인 할머니에게 이어다
주었다.아들이 도시로 모셔 간다고 해도 고향이 좋아 고향에서
혼자 사신다. 최고령 할머닌 고맙다며 오미자 술을 막내 할머니에게
주었다. 이곳 할머니들이 즐겨 마시는 것이 소주였다.
맷돌질처럼 마을 사람들은 서로 도와가며 변함없이 살고,
변함없이 늙어 간다.

30년전엔 20원씩 하던 기차삯.
할머니들의 좋았던 추억속엔 늘 기차가 있었다.

막차인 저녁 7시 기차가 오면 초저녁인데도 승부역엔 쌔까맣게
어둠이 들어왔다.
승무원은 2인1조가 되어 24시간씩 근무를 한다.
기차가 끊기고 나면 육지에 있는 섬이나 마찬가지다.

한 낮.
마을 노인들이 제일 바빠지는 시간이 온다.
눈꽃열차가 오는 시간 임시 장터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번씩 찾아오는 눈꽃열차.
낮12:30분에 도착해 1시간 20분 정차를 한다.
설경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마음껏 눈구경을 하라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지난 여름에 지은 농사를 내 놓는다.
감자떡,시래기 국,묵...먹거리들에서 김이 몽실몽실 났다.
신이난 승부마을 할머니들.
눈꽃열차가 생기고서 이 마을 겨울이 달라졌다.
"각지 사람들을 다 봐서 너무너무 좋고 재미나요"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몰라요"
순박하고 천진스러운 할머니들...
관광객이 장터에서 썰물처럼 바져 나가고 기차가 떠나면
마을 할머니들도 서둘러 집으로 간다.
마을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들 걸어 간다. 지게를 지고 가는 할머니 한분을 따라가
보았다. 집에 도착해 군불을 때고, 눈이 쌓인 뒷마당에 묻어 둔
항아리에서 김치를 꺼내 혼자서 저녁을 드셨다.

외부와의 연결 통로가 승부역의 의미라고 한다.

올 겨울 눈꽃열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었다.
겨울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후.
기차표를 알아 보았더닌 매진이였다.
내년 겨울엔 방학하기전에 기차표를 예매해야겠다.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인 승부역에 아이들과 꼭 가보고 싶다.
그래서 그곳의 풍광과 삶을 만나고 싶다.

오늘은 인간극장에서 승부역을 미리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