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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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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 정동진


BY 강향숙 2000-10-14




친구와 난 당일코스로 가을바다 정동진을 다녀왔다.
정동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동해바다 정동진...
'모래시계' 드라마로 유명한 곳 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서둘러 아침 일찍 학교에 보내고 우린 정동진을 향해
출발했다.
전날 저녁부터 남편과 아이들에게 엄마 여행 다녀온다며 아이들이 해야 할일과 식사 시간이 되면 전기 밥솥에서 엄마가 해놓은 밥을 챙겨 먹는 일 까지 철저하게 준비 시켰다...
엄마가 저녁 늦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며...

연년생 두 아이 키우면서 지금까지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다가
이제 열살 아홉살 정도의 나이가 되니 엄마의 시간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두아이의 엄마로 한 남편의 아내로 바쁘게 살아온 시간들....

처녀적엔 등산을 너무 좋아해 주말이면 밤 기차 타고 친구들과 여행길에 부담없이 올랐었는데 결혼 하고나니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결혼하면서 내 꿈을 접고 살았었다....
여행을 떠난다고 마음 먹는 일이 두려움 이었었다...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정동진을 ?아가는 길은 가을색이 완연했다....산자락에 너무도 예쁘게 내려앉아 한폭의 수채화를 만드는
형형색색의 예쁜 단풍들은 30대 중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붉은 단풍잎 만큼이나 그렇게 곱게 물을 들이고 있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휴게소 정상에서 바라다본 강릉시내의 정경과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마음은 벌써 정동진에 가 있었다...

동해 고속국도을 타고 달리다가 정동진으로 향하는 진입로에서 부터 펼쳐지는 동해바다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그 기분은 어떤 형용사로도 쉽게 서술할수가 없을 정도다...

아~~정말로 너무 근사하다는 표현밖에는...
오길 잘 했구나 라는 생각 밖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탄사 속에서 우린 금새 정동진에 도착해 있었다...

작은 기차역이었다...
입장료 350원을 내고 정동진 기차역을 빠져 나가면 철로와 가장 가깝게 그림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마음으로 그리던 가을바다 정동진은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

쪽빛바다...쪽빛하늘...
가을이 주는 느낌과 분위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가을바다 정동진...

출렁이며 다가오는 바다의 작은 파도는 내 마음에 동안 쌓였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파도에 휩쓸려 부서지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정동진 역에서 바다를 끼면서 조각공원 쪽으로 2km 정도를 걸어가면 근사한 범선 모양의 까페랑 아름다운 조각들이 관광객들을 반기는 조각공원이 나온다...

공원 한바퀴를 돌수 있도록 아름답게 조성이 잘 되어 있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범선 모양의 식당에서 우린 늦은 점심을 먹으며 동해바다를 여유있게 감상할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가슴에 하나가득 넘치도록 가을바다 정동진을 내 가슴에 담아가리라.........

내 일상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면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가을바다 정동진을 생각하며 힘차고 신나고 생동감 있게 살아보리라...

아이들과 남편과 내 가정을 잠시나마 일탈하여 떠났던 여행길에서 내 자신을 뒤돌아보며 생각해 볼수 있는 그런 행복한 시간들이 되기도 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시간...

아이들은 학원에 갔을까?

밥은 잘 챙겨 먹었을까?

마음이 조급해짐을 느꼈다...
난 어쩔수 없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가을바다 정동진을 우린 등뒤로 남겨두며 아쉽지만 작별을 했다...

군소리 없이 너무도 이쁜 모습으로 종일 운전을 했던 동행한 친구 금주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