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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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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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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고 싶은 날에


BY 송의섭 2001-12-11

제가 조금 우울해서요.
이렇게 우울한 날, 이방에 들어와서 마음을 풀어놓고 위로받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저는 겉보기에 아주 평범해 보이는 40대 주부지요.
하지만 내속에 들어와보면 그 가슴속은 아주 시커먼스ㅡ
대개의 사람들도 사는얘기를 들어보면속사정은 거의 다 그저 그렇겠지요?
제가 스믈셋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스믈넷에 결혼을 하여 아들아이를
하나 얻었지요.
가난한 셋방살이였지만 남편에게 아내겸 딸행세를 해가면서 살아가다가던중 결혼 4년 몇개월만에 아파트도 한채 장만할정도로 성실하게 살았지요.
하지만 그 속에서 내나름대로 취미 생활을 해 왔지요.
이것 저것 해왔지만 그 중에서 붓글씨에 아주 심취해 있었지요.
서실에 가서 아이를 등에 업고 먹을 갈아가며 온갖 아름다운 노래를 다 불러줬지요.
그러면 아이가 살며시 잠이들고 ,그래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유모차에
아이를 눕히고 글씨를 쓰기 시작했지요.
세월이 흘러 아이가 여섯살 되던 어느봄날 운명이라는 녀석 나를 무섭
게 기만 하더라구요.
혹시 글씨에 대가 추사 김정희 선생을 기억하시나요.
이사를 가보니 우리 아파트 위쪽으로 추사 유물관을 건축하고 있더라구요.
그 봄에 여러번 봄비가 내렸는데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 놀러갔다가 가슴 아프게도 그 추사 유물관 지하실에 고여있던 흙탕물에서 익사를하고 말았어요.
그때 제가 어떻게 살았겠어요.
그 아픔을 상상해 보셨어요.....
정말 살수가 없던걸요 . 그런데 남편때문에 죽을수가 없더라구요.
그후 힘들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딸아이를 하나 얻었지요.
그리고 작은딸도 얻었어요.
그 다음 종갓집 장손이라는 이유로 사내 아이를 가졌는데 8개월만에 조산을 하여 이 아이마저 땅에 묻었지요.
그후로 남편의 방황이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아이를 잃은 고통보다 남편의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들던걸요.
이혼을 하네 마네 아주 요란하게 살았지요.
그런데 이번엔 여섯살 짜리 딸아이가 교통 사고를 당하여 다리가 아주
못쓰게 되어버렸지뭐에요.
지금 열두살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병원에 다니며 책크를 해가며
시기맞춰 수술을 하고 있어요.발목부분 성장판 손상이거든요.
그러면 얼마나 중증인지 아니겠지요.
일이 이렇게 되니 도저히 이혼을 할수 없더라구요.
남편에게 울며 불며 매달렸어요.
당신 종으로 살아도 좋으니 어머니의 책임을 다하게 해달라구요.
어찌나 남편이 방황을 하던지, 왜 안그렇겠어요.
그 사람도 정신이 돌지 않을수 있겠어요.
다행히 부처님 인연을 만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기도하고 정진하면서
새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요.
그때 저는 그것을 배웠어요.
사랑보다 더 소중한게 이해고 이해보다 더 소중한게 용서라는것을.
지금은 아이둘이 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하나는 5학년 하나는 3학년 이렇게 되었지요.
다행히 학교 생활을 잘해서 제가 아주 괜찮은 엄마가 되었지뭐에요.
아참 우리 네살짜리 막둥이 얘기를 안했네요.
아들 아들해서 낳은 아이가 또딸.
그렇지만 인연법을 알기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르고 있지요.
그런데 오늘 또 문제가 생겼어요.
아이가 웬만큼 자랐기에 한국화를 시작하여 오늘 문화원에서 전시회
가 열리는 날이거든요.
얼마나 열심히 하였던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표구를 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망쳤지 뭐에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하루 종일 우울하고 옛날 생각이 나서 조금 울었어요.
옛날에 큰아들 사건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쭉 ㅡ 서예를 하고 있었을텐데 죽은 추사 업적때문에 산 내아들을 바쳤으니 글씨가 ?怜岷楮?
그후로 붓을 꺾었다가 겨우 잡아본건데.
이게 무슨 놈에 팔짠가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찔찔 울다가 과감하게 화실에 등록을 했어요.
운명아 내가 간다.
내가 가는 길에 부처님에 가피가 함께 하느니라.
아참! 우리 막내딸이 제 귀에다가 말하던걸요.
그래도 엄마가 그림을 제일 잘 그렸썼다고.
그리고 제가 축 ㅡ 처져있었더니 청소기를 끌고 다니면서 낑낑 거리더니 제법 깨끗이 청소를 해놨어요.
큰딸 일기장엔 이렇게 써 있었어요.
내년 가을쯤에는 엄마의 그림 실력이 많이 향상되겠지 .엄마 힘내세요.라고 말이지요.
그럼 됐지뭐 그럼 됐잖아요.
불쌍한 우리 남편은 아직도 나에게 커다란 우산이지요.
화초같은 딸이 셋씩이나 되는데도 아이들이 뒤전이고 아직도 아내를 찾는거 있죠.
그래서 더 가엽은 우리 남편.
제게 용기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