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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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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한번만 눈감아주이소


BY salala 2001-12-10

우리 부부는 차를 타면 잘 싸운다. 그것도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틀림없이 싸운다, 남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수석에 앉으면 내 차의 오토보다
더 정확한 첨단 기능을 가진 잔소리가 출발에서 목적지까지 계속된다.
그러면 잔소리하는 본인은 운전을 잘 하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내 자신의 수명이 얼마나 단축되고 있는지 하느님은 아시겠지요?
이건 무슨 영업용 택시 사납금 바칠 사람 마냥 곡예운전에 청룡열차 타는
이내 심정을 하느님은 아시겠지요? 흑흑ㅠㅠ
그런 주제에 역마살이 있어서 쉬는 날 집에 있질 못하는 저 불쌍한 인간.
아! 내가 구제 안 해 줬음 어쩔 뻔했을까?
지난해 가을에 갔었던 지리산을 못 잊어 새로 개통된 서진주- 대전 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일주 드라이브를 갔다. 근데 처음 같은 감동은 훨씬 덜 했다.
.벽송사, 추성리 남원 실상사에선 독일사람도 만나고
잘못된 표지판에 다른 길을 가는 그 사람들을 급한 김에 나의 바디 랭귀지(?)로 길도 가리켜주고 으스대며 까불기도 했다.
정작 벽송사에서 분위기 타느라 평소에 장난기 많은 내가 그냥 있을 리는 만무하고
낙엽을 밟으면서 좀 많이 걸었더니 피곤했었나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속력 내지 않고 운전 잘 할테니 날더러 자란다.
싸모님 주무시라는 달콤한 말에 깜빡 졸았었다.
흐미~뭐가 어지럽다 싶어 눈을 떠 보니
어쩔거나 우리 차가 빙 돌면서 중앙분리대로 돌진했다.
"아!!난 죽었다. 아~~딸래미는 어떡해"
눈물이 핑 돌면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딸아이 모습이 눈에 밟혔다.
분리대를 들이받고는 뒷 방음벽도 받고 차가 멈춰 섰다.
졸음운전으로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그때사 잠이 깬 남자. ......
마침 뒤에서 차가 안 와서 우린 살았다.
갓길에 차를 세우니 뒤에서 차들이 오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하고 다행히 우린 둘 다 몸은 다친 데가 없었다.
오금이 저리는 지옥여행을 다녀온 날 하느님은 아시겠지요?
그 날 이후 더욱 운전하기가 싫어진 날 오늘도 술 한잔 마시고
대리운전 시키는 주제에 도무지 그칠 줄 모르는 잔소릴 어떻게 하오리까?
입에 테입을 부쳐버릴까.....
집이 가까워지면 그놈의 잔소리는 꼬랑지를 내린다 .엘리베이트 앞에 입이 부어 있는 나를 에스코트한다고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뀌는 저 불쌍한 사람을 봐줘야 하나요?
오늘도 저는 헷갈립니다.
근데 진짜는 제가 하는 운전이 못미더워 아마 주님이 절 사랑하듯
저 사람이 절 사랑해서인가 봅니다.
헤헤 하느님 보시기에 딱하시지요.
오늘도 철없는 저희는 또 싸우나봅니다.
하느님, 눈감고 딱 한번만 봐 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