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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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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앤을?


BY 오드리햇반 2001-02-15

40으로 접어든 남편은 요즘 무기력해진 것 같다
전엔 장난도 잘치고 그러더니 아무래도 기운이 딸리는지 발소리마저 조용조용하다

체통을 지켜라~
체신머리 없이 왜 이러냐~~
애덜 앞에서 우리 이러지 말자~~
남편에게 늘상 버릇 처럼 하던 말들이였는데 요즘은 통...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남편이 부쩍 안돼 보이기까지 하다

난 남편을 잘 가꾸고 싶었다
내 가정을 잘 가꾸고 싶은 마음 만큼이나...
남편의 여유스러움이 게으름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한 생활습관이
반복되자 한없이 루~즈 해지는 남편을 경멸하기까지 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타이트하고 약간 긴장된 듯한,그래서 인상이 조금
차갑거나 딱딱해 보여도 생동감이 있는 그런 분위기의 사람을 원했다
남편을 변화 시키리란 나의 기대는 과욕이였다
이젠 있는 그대로의 남편의 모습에서 내 고향같은, 변하지않는 향기를 간직한채
나를 맞아주는 그리운 향기를 맡는다

어제저녁 식사를 끝내고 8시뉴스를 보면서 잠에 빠지는 남편...
그렇게 두시간 가량을 소파에서 잠자는 남편을 보면서 안쓰러워 지는건
내가 남편을 많이 아끼는 마음일까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무력함에 멋적었는지,
"내가 요즘 왜 이러지..."
내가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는지 좀 깨우지 그랬냐고 한마디 한다
"보험들자...
나 전엔 자기가 일부러 게으름 피는줄 알았고 게으름을 즐기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젠 아냐... 이젠 자기가 그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는것 같아
그러니까...
나 이제 불안해...
당신 건강도 좋고 다 좋지만..
우리들의 (아이들과 나)미래도 중요해
그러니까 보험들어...응?"

남편은 이여자가 또 쇼를 하는구나 하는지 웃고만다

다음날 아침 출근준비를 하는 남편에게
"여자를 한번 만나 볼래...
당신 요즘 사는게 신이 안나서 그런것 같아...
앤 생기면 아무래도 살맛이 나지 않겠어?
그럼 활동도 많이 해야 할거고 그럼 살도 빠지니 건강해서 좋고....
앤은 내가 구해볼게...
요즘 보험설계사 있지?
젊은 여자들이 많이 한다고 그러던데...
보험도 들고 앤도 생기고....
어때..?
괜찮지 않어?"

보험을 들여 내가 안전(?)하고 싶은건지
아님 정말 남편에게 새바람을 불어넣넣고 싶은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40대...
남자의 40대란 많은걸 잃게 되는 나이란걸...
그걸 깨닫기 시작하면서 스스로가 무너지는걸 본인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40이란 나이에 모든걸 포기할 나이도 아님을...
어쩜 전보다 더 남편을 가꾸려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운짓 고은짓 많이 한 남편이지만 그래도 함께 걸어가야할 길을 한번도
남에게 내어준적 없이 변함 없이 가정을 사랑해준 남편
고마운 사랑은 나를 철들게 했다
그리고 이젠 내가 남편을 더 사랑해야 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