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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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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3

김치 예찬


BY ggoltong 2001-12-09

배가 등짝에 붙었다는 말을 뼈져리게 실감하고 있다.
나는 그 입에 담기도 싫은
'체중 감량 中'...

평소에 먹던 음식량에 8분의 1을 먹으니
어제는 괜스리 세상에 불만만 톡톡 튀어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내 남편은 확실한 다이어트 부작용이라고 했다.

오늘 아침..
피자며 햄버거며 짜장면이며..뭐 그런 음식들이
머리위에서 날라다니는게 아닌
다름아닌 순전 우리나라 토종 음식만이 내 위세포들을
자극하고 있는것 같았다.

가장 떠오르는 음식은
갓 버무려낸 겉절이.
울 시어머니가 담가 주시는 김장김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요 겉절이이다.
색깔도 어찌나 고운지 보석으로 따지면 다이아몬드 감이다.
이 김치를 손으로 먹기좋게 찢어
뜨거운 밥에 한술 올려 먹고 싶은게 지금 나의 소원이다.
어쩌자고 그 흔한 김치타령이나 하는 아낙이 되었을까나..
아직 목표날짜까지는 이주일이나 남았다.
그사이 햇김치는 맛이 쬐금 가있을텐데..아,갈등생긴다.

엇그제 울 시어머니의 넘치는 사랑이
또다시 발걸음을 이리로 옮기게 했다.
그 날 가지고 오신 김치는 새곰새곰 딱 먹기좋게 익은
무우김치였다.
향긋한 젓갈냄새,알맞게 익은 고 놈 하나 붙잡고
대접이던 양푼이던 뜨거운 밥한사발 먹으면
울렁거리는 속이 가실것만 같았다.
허나 눈 딱감고 먹기를 포기한 나에게 내 남편은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봐야한다며 일부러 아삭아삭
김치를 먹어댔다.
아~ 김치를 먹고파라...

톡톡 쏘는 갓김치가 빠지면 또 섭섭할거다.
울 친정엄마의 하이라이트 손맛..바로 시판해도
손색없는 갓김치일것이다.
갓김치하나면 다른 반찬은 그저 구색일뿐일게다.
울 엄마, 갓김치 좋아하는 나에게 조만간
김치 한통 푸짐히 보내줄터인데 그때까지 나의
결심이 지켜지련지 모르겠다.

나는 갓담은 파김치보다 조금 두었다 먹는
새콤한 파김치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내 남편은 어떤 김치던 생김치를 좋아하는탓에
파김치가 익을때즈음이면
내몫으로 남겨놓는건 겨우 인정머리를 지킬정도일게다.

피자쿠폰이 몇장 지갑에 들어있다.
하지만 그런 유혹은 솔직히 없다.
내게 유혹이 있다면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솔솔 풍겨나오는 바로 그 한국의 맛이
내 구미를 로프로 묶어 고문하듯 한다.

정말 살다살다 혼자 고문하여 괴롭다 소리 꽥꽥지르는
묘한일도 다 있다 생각이 든다.
어쩌자고 기본욕구에 반기를 들고 요모양인지
이주일후에 전혀 효과가 없으면
아예 김치통을 들고
원없이 밥을 먹으리라 서슬퍼런 눈을 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