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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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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유4~


BY ggoltong 2001-12-08

그녀가 가장 경계하고픈 물건은
다름아닌 체중계.
남들은 수유하느라 몸이 예전의
몸으로 돌아갔네,어쨌네~하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몸은
둥글둥글 떡덩어리마냥 생겼다.

그녀의 둘째딸이 내일 모레면
백일인데도 그녀는 어째 몸이 더 풍만해진듯하여
여간 마음이 찜찜한게 아니였다.

헌데 가만 생각하니 그녀의 옷차림이
그녀를 더욱 풍만하게 만드는 묘한 생각이 났다.

'그래,내가 쫄바지만 입으니까
내 몸이 이리 되는거야.. 이제 부터 딱 맞는
청바지를 입고 있어야지..'
그녀는 옷정리함을 뒤져봤다.
큰애낳고 청바지 딱하나 사입은게 다인데
혹여 그 옷이 맞을까 싶어 탁탁 털어 다리 하나를
넣어봤다.
어째 어째 옷을 입는데 정말 이 옷이 그녀옷이 맞을까
의심마저 드는게 화가 나기까지 했다.

안되겠다..나한테도 투자를 해야지!~

그녀는 가계부를 열어젖혀 배춧잎 몇장을 세어보지도
않고 지갑에 쑥 넣고는 작은 아이를 들쳐업었다.
그리고 제법 동생봤다고 여우짓 떠는 큰아이를 손에 걸리고
백화점에 갔다.

오랫만에 외출을 한 그녀는 절로 신이났다.
그리고 뭔가 계획을 하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벌써 몸에 붙은 살들이 빠이빠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아가씨때 즐겨입던 구제청바지가 눈에 띄었다.
갑자기 쫄티하나에 낡은 청바지 입고 다녔던
생머리의 상큼한 그날이 떠올라 바지를 덥석 잡았다.

'어라...한달치 우유값이네...이거 사,말어..?'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트해 보이는 청바지를 손에 들었다.

그저 큰아이는 핫도그 하나에 룰루루 신이 나있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생전 집에서는 안하던 맨얼굴에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비록 분첩두드리는 평면이 몇년전보다 커지긴 했어도
왠지 들떠있는 그녀는 화장하는 시간이 신이나기 까지 했다.

그리고 조금은 찢어질듯한 원색 티셔츠를 골라입었다.
마침내 그녀 하반신에 구제청바지가 입혀지는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억~!소리를 낼뻔했다.
간신히 허리 단추를 비틀어 잠글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괜찮아,한달후면 헐렁해질텐데...할.수.있.다!'

그리고 늘 돌돌돌 말아올리던 머리카락도 죄다 풀러놨다.
'ㅋㅋㅋ 왕조현 사촌언니쯤은 되보인다~!'

째칵째칵..
모범 남편의 초인종 소리가 곧 울릴법하다.

그이 좋아하는 명태찌개도 끓여놓고
그녀의 오랫만의 변신에 과연 남편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초조하기까지 했다.

드디어~띵동~~~~

너무나 늘상 똑같은 그녀의 남편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찢어진 청바지에 터질듯한 가슴을 보고
그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정아야..오늘 무슨 일..있니?'
그녀는 콧구멍이 울리도록 잔뜩 애교를 부렸다.
'아니야~무슨일 있기는~~~ 나 원래 이런 사람이였잖어~
나더러 도회적인 이미지라며~,'
그녀는 방실방실 웃어댔다.

그녀가 웃을때마다 두겹의 뱃살들이 불안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는 아내의 갑작스런 변화에 얼떨떨했으나
좋아보인다~한마디 던지고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남편의 놀라운 반응에 더욱 신이난 그녀.
그를 따라가서 그의 양복을 받아들고,
그의 넥타이를 풀러줬다.
그녀는 연신 입가에 웃음을 떼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그의 눈에는 어째 묘상스럽기 까지 하다...

식탁에는 그가 좋아하는 명태찌개가
환상적인 냄새를 풍기며 그의 숟가락을 바쁘게 했다.
그는 밥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자갸~~~밥한그릇 더줘?'
그녀는 입으로만 말을 하는게 아닌 눈으로도 얍실얍실 말을 한다.
'어..어..조금만 더 줘~'

그녀는 의자에서 폴딱 일어나 밥통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그녀의 허리를 잘 졸라매어주던 단추가
cf광고마냥 퍽~!하니 튀어나갔다.
숟가락 입에 물던 그녀의 남편도 놀랬고,
열심히 김밥만들어 먹던 그녀의 큰딸도 놀랬다.
때맞춰 그녀의 둘째딸이 으앵으앵 울어댔다.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혼란 스러워졌다.

'자기가 퍼 먹어!'
그녀는 밥그릇을 식탁에 놓고는 아이에게로 갔다.
그리고 아이를 보듬어 안으려는 순간 남들에게나 있을법한
일이 일어났다.
절대로 남들에게나 있을법한 일이라 생각해오던 일이다.

뒤따라오던 그녀의 남편과 그녀의 큰딸..
뭔가 못볼것을 본것이 분명했다..

드드드득...
소리는 연신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조심스레 나고 있다.
그녀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때였다.
그녀의 자랑스럽다못해 얼른 잤으면 하는 큰딸이
말을 했다.
'엄마~ 엄마,챙피해~'

그녀는 궁둥이가 찢어진 청바지 안으로 그녀의 속옷이
보임을 짐작하고 남편 얼굴은 보질않고는 얼른 문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황급히 그녀의 전문 브랜드..'맞다,쫄바지표!'
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무일 없다는듯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아이는 눈을 굴리며 젖을 먹는다.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먹는 얼굴이
어째 부끄럽게 만드는것 같기도 해서
공연히 벽을 쳐다보며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어쩌다..내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그녀는 갑자기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자기야~ 밥 더 먹어야지! 얼른 나와,찌개 식겠다.'
그녀의 남편이 문밖에서 그녀를 호출한다.
'됐어!'

아파트 앞 가로등이 켜졌다.
쇼핑탓에 고단한지 아이들이 빨리 잤다.
그녀는 엎치락 뒤치락 잠을 자지 못한다.
그녀 남편은 회사일로 바쁜지 컴퓨터 방에서 나올생각을
안한다.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을 한다.
괜스리 얼굴보면 더 무안하니까..

언제 기어들어와 잤는지 모를 짧은 밤이 지나갔다.
아침밥 한그릇 잘먹고 빠이빠이한 그녀의 남편.
그녀는 내내 퉁명스러웠다.

청소를 다 했을무렵
그녀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자기야, 자기 멜 왔나보더라,확인한번 해봐~'

무슨..멜...

그녀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오랫만에 배달된 따끈한 편지를 클릭했다.
거기에는 빨간색 무수한 장미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단 한 문장의 글만이 떠있었다.

'오만한 장미야..홍정아앞에서 너의 촌스러움을 부끄러워하라...'

그녀의 얼굴에 다시금 서광이 비치는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