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02

남편 친구에게 치부를 보이다.


BY 베티 2000-10-14









올 여름 기어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더위가 차츰 느껴질 즈음, 냉커피를 마시자 잇몸이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둘째를 가졌을때, 만삭인 몸으로 여름을 맞은 난

더위를 이기는 수단으로 얼음을 먹기 시작했다.

더위도 더위지만 아삭아삭 씹으면서 먹는

그 맛이란 그 어느 것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이었다.

그 때부터 얼음 먹기가 시작되었다.

얼음이 얼기가 무섭게 한자리에서 한 판정도는

거뜬히 해결하였다.

빨아 먹는 것도 아니고 입에 들어가자마자 깨어서

먹었는데 그 일은 아이를 낳고서도 여름만 되면

습관적으로 하게 되었다.

한 5년을 그렇게 먹었더니 잇몸에서

불협화음을 호소한 것이다.

이도 흔들어 보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첨에는

약만 준다더니 신경치료를 하였다.

태어나 처음 받아 본 신경치료의 고통은 참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 날 저녁 퇴근한 남편은 치과 의원을 하고 있는 친구

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 친구는 직접 봐야 한다며

그의 병원으로 오라했다.

그 이튿날 예약해 준 시간에 맞추어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왜 그렇게 긴장이 되는지...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나는 결코 짧지 않은 연애기간

을 가져서 그들과는 이미 그들이 학생이었을 때부터 알

고 지냈는데 그 중에서도 그 친구는 바로 여자들의 이

상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나 또한 그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친구 중에 제일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머리 손질과 화장을 평소보다 더 길게 하고 옷매무새

또한 신경을 써서 한 시간 거리의 병원을 향해 나섰다.

병원 건물까지 갔지만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화장실

먼저 찾았다.

시험을 볼 때나 무슨 대회때가 되면 유난히 화장실을

가고 싶은 때와 똑 같았다.

결혼 전에야 자주 어울리는 기회가 많았지만 결혼 후에

는 아무래도 무슨 행사 아니면 얼굴 보는게 쉽지 않은

일이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진료를 하기 위해 의자에 올라가 누웠다.

입을 벌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왔고 드디어

나의 치부를 그에게 다 보여주는 순간이 왔는데 아

그 쑥쓰러움이란...

두 눈 질끈 감고 콩캉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아'하고 벌려서 그에게 내 모든

치부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맘이 편해져 왔다.

그 때는 남편의 친구가 아닌 단지 의사라는 생각을

하고 그의 손이 입술위로 올라와서 치료를 해도

잘 모르는 의사거니 하며 받아야 할 것 같았다.

하루하루 병원에 갈수록 그 친구가 환자들에게

보여주는 친절함과 겸손함에 진정으로 의사로만

받아졌다.

한 달 가까이 다녔는데 나중에는 화장실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병원으로 들어갔으며 그가 기구를 들고 내 치부를

다 들여다보며 치료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의 눈높이 진료와 진실어린 한마디 한마디의

말로 인하여...

그 친구도 날, 친구의 아내가 아닌 여느 환자와

똑같은 환자로 여겨졌을까!!

치과에서 보낸 그 뜨거운 여름의 날들이 그나 나나

그저 한번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추억으로만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