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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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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에서


BY 베티 2000-10-13










얼마전 우리 가족은 오이도를 갔다.

작년 이후 처음 찾았다.

그 동안 건물도 많이 들어서고 사람들도 꽤 많이 거기에

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마이크소리가 귀를 따갑게 하고 있었는데 갯벌

매립반대 서명을 종용하는 환경운동가의 호소였다.

환경이라면 주저하지 않는 나는 망설임없이

서명을 하였다.

우리는 주변을 한 번 돌아보았다.

긴 막대에 먹이를 싸서 게를 유인하여 잡는 사람들이 꽤

나 재미있게 보였고 가족들끼리 휴일을 보내는 사람들

이 여유롭게 보였다.

마침 썰물이어서 사람들은 하나 둘 바지를 걷어부치고 손

에는 호미를 들고 갯벌속으로 들어갔다.

남편도 내 만류도 뿌리치고 우리를 뒤로 한 채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 갔다.

차츰차츰 작아지는 남편의 머리 위로 한 두 마

리의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셔 보았지만 그 공기는

이미소금물이 묻어나는 바다내음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냄새들로 뒤섞인 오이도의 냄새는

조개구이의 냄새인지 털이 타는 듯한 냄새와

삼겹살굽는 냄새들로 뒤섞여 있었다.

바닥에는 사람들이 버린 휴지들이 상당했고

바닥도 군데군데 오물들이 붙어 있었다.



내가 처음 오이도를 찾은 것은 십여년전이다.

남편과 사귀던 시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린 다음

그리 높지 않은 산 고개를 타고 올라갔다.

그런 다음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면 아래에

횟집들이 몇 채 있었고 바로 모래사장이었다.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아

서 모래사장도 비교적 깨끗하였고 주위가 조용하였다.

우리는 모래사장에서 조개껍질을 줍기도 하고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다가 힘들면 바위위에

앉아 쉬면서 바다를 만끽하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바로 몇해전에 갯벌이 매립이 되었고 그 자리

엔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오이도는 사람들의 잦은 발길

로 오염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뒹굴어다니는 쓰레기

를 보면 오이도가 속으로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갯벌은 생명력이 강해서 생물의 번식력이 강하고 자연

정화 작용이 있어 흘러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정화도 해 주

고 태풍과 홍수로부터 보호도 해 준다는데 왜 자꾸 매립

을 하는 것일까.

거의 매년 홍수로부터 피해를 당하면서

도 당장의 이익만을 좇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남편이 갯벌에서 나와 우리에게

로 오고 있었다.

우리도 기대에 차서 남편한테로 가 보았

으나 남편의 손은 빈 손이었다.

게 한마리라도 잡아온다더니...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 치마뒤를 가리켰다.

거기엔 뭔지는 잘 모르지만 적지 않은 오물이

묻어 있었다.

그 때까지도 갯벌살리기 운동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갯벌살리기운동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쓰레기

먼저 치우는게 환경운동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물 때문에 얼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