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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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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일기장


BY 바늘 2001-12-01

좀전에 아이들 방을 청소하다가 속으로 뭔가 욱하고 올라오는것을 애써 잠재우면서 이곳에 멍석이나 펴고 수다나 한판 하려고 찾아 들었습니다.

가슴에 담아두고 마음에 병되면 누가 알아주나요?

제가 아주 어렸을적 초등학교때 말입니다.

그때 저희집은 안방문이 창호지 바른 격자무늬 미닫이 였었지요.

그런데 그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제가 여러해 동안 가을이면 창호지를 사다가 낡고 빛바랜, 때론 구멍난 방문을 들어올리고 아주 곱게 풀을 쒀서 창호지에 바르고 말라갈때 물까지 한번 입으로 마신뒤 푸우~~하고 내뱉아 팽팽하게 만들어 가면서 고운 국화잎을 따다가 한켠에 붙히고 멋스럽게 장식을 하곤했었답니다.

그런 일들이 왜그리 신이 나던지~
너무나 행복했었지요.

가을빛에 하얀 창호지~~

풀기가 말라가면서 팽팽해지는 그 쨍한 느낌~

집앞 화단에서 따다가 붙여 놓은 국화잎새가 밤이면 불빛에 그문에서 선명하게 살아나 비춰지던 그런 고움들이 어린 저에게 너무도 상큼하게 다가 오더라구요.

부모님이 그런것을 어린 막내에게 일부러 시키지 않아도 내 스스로 무슨 엉뚱함인지 ...

그런데 오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아이와 딸아이 방을 청소하면서 문득 고사리 손으로 창호지에 풀발라가면서 좋아라 하던 어린시절의 저와 대비가 되더군요.

고1딸아이는 벗어놓은 교복이 침대위 고스란히 양말도 여기 한짝 저기 한짝 옷장에 옷을 꺼내고 문은 반을 열어 젖혀놓고,머리빗은 방바닥에 떨어져서 뒹굴고 스타킹은 두르르 말려서 거울밑에 순대처럼 도르르~~

보다만 참고서,열어진 필통,친구에게서 받았는지 읽다 던져둔 쪽지편지,침대보 반은 비뚜르...

숙달된 조교의 동작으로 후다닥 속으로 뭔가를 누르면서 치워나갔습니다.

다음 차례는 아들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좀전에 외출 한다더니 지가 무슨 연예인인가?

옷장안에 옷들은 다 나와서 엎어지고 제쳐지고~~

스웨터 ,셔츠,바지,딸아이와 마찬가지로 교복은 바지 따로 윗옷 따로 구겨져있고 양말은 기본으로 책상밑에 한짝 침대밑에 한짝,

휴~~~

옷걸이를 꺼네어 하나 하나 걸으면서 왜그리 지나간 옛 시절이 떠오르던지...

친정 어머니는 저에게 어떤 산교육을 시키셨기에 제 스스로 그렇게 일을 찾아 했던것일까?

지금 정돈된 저 틀이 다시 낼이면 내손이 가야 하겠지요~~

에구구~~~

다 제탓인가요?

이런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문득 왠지 오늘은 국화잎 두어장 어긋 놓여진 팽팽 창호지바른 어린시절 고향집 안방문이 추억되는군요

그리워라~~~

어머낫!
벌써 어둠이~~~

이렇게 세월이 가는군요~
스르르~~

추억을 잠재우면서 말입니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