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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피어오르는 날의 낙서


BY 김경아 200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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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뿌옇다.
무작정 나가고 싶어 문을 열었다.
어쩌면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문밖 세상은 온통 자욱한 연기였다.
밭귀퉁이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낙엽과 농작물을 태우고 있다.
지난날의 상념들을 다 태우고
긴 잠복기로 들어갈 준비를 하나보다.
차를 몰고 바다로 갔다. 오랜만에 온 바다......
바다도 회색이었다. 수면위에 떠있는 갈매기들과 일렁이는 조각난 파도는 함께 하고 있었다.
어제는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웠다.
내 맘속깊이 그자리에 있는 그를 끄집어내서 삼키고 싶진 않았다.
누군가 그랬다.
과거보단 현재가 낫지 않냐고..
얼마나 우스운 말인가?
과거보다 현재.. 더나은 현실은 무엇인가를 버리지 않고는 이룰수가 없는 것들임을 왜 모르는지..
가장 소중한 것들을 버리지 않고선 이룰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임을...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의미는 누구의 잣대인가?
내가 오늘 행복하다고 한다.
그럼 그 행복은 어디서 온 기준이란 말인가?
가치가 있고 없고는 그 가치의 출발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오늘의 바다는 그랬다.
가치를 잃고 서 있었다.
바다가운데 표류하는 그 수많은 것들..... 행복.슬픔. 사랑.과거. 그리움..그리고 아쉬움..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구나 겪어내는 그런것들이 죄다 그위에 표류하고 있었다. 둥둥 떠다니는 그것들이 한데 몰려와
가슴팍에 안기면 벅차다
다 담아낼수 없는 심약한 마음을 가진 나로선 그것들이 한데 올라와 내 속으로 들어가는것을 막을 수가 없다.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난 바다앞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누군가를 보는것이 아니라 내 속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탈피하고 도망가고 싶었던 내속의 것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무심하고 낯선 사람들만이 그 속에 가득했다.
낯익은 연인들이 내 앞에 왔다.
그들은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들은 결코 세월을 낚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리라..그리고 추억을 그 바다에 두고 갈것이다.
어느누구한사람은 반드시 그 바다를 기억해 낼 것이며
지난 날을 아쉬워 하며 그리워 할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소나무가 양옆으로 서있다.
그 작은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강문이 나오고. 말린 오징어와 함께 경포대가 나온다.. 경포호수를 끼고 돌았다.
갈대들이 호수주변에 서서 가을과 겨울을 가늠하고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사랑을 했다.
시인들은 모두들 이야기 한다..사랑을 하려면 그 사랑속에 들어가지 마라. 적당한 거리에 서서 그 사랑을 지켜보라.
하지만 사랑을 하면 그 사랑을 지켜 볼 수가 없다.
그사랑에 동화되어 그의 빛과 그의 향기를 잃는다.
처음 맡았던 그 향기로움은 어느새 내속으로 들어와 잊어버리고 만다...그리고 사랑이 떠나간 후에 사랑이 무엇이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는것이다.
나도 그랬다...아무리 일러주어도 그 당시엔 아무런 소용없는 말이었다. 오래 오래 깊이 사랑하려면 지켜봐야 한다는걸.
안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는걸.. 그 무수한 조언들을 무시하고 또 사랑에 실패한다..그냥 내버려두지 못하고 정복하려 하고 내것이라 간판을 달아 매달아 두기를 원한다.. 그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가만히 보면서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음이여..

강문으로 들어오는 길...
강릉에서 제일 큰 교회임을 자처 하는믿음의 집이 있고
그 옆으론 테티스라고 불러 달라는 카페가 있다
그 사잇길로 접어들면 두부마을이 있다.
다들 자처한다..자기네 두부가 최고라고...월등하다고.
하지만 내가 알기론 진짜 국산콩으로 만들어 파는 두부집은 두어집도 안되는걸로 안다.. 다들...국산콩 사기가 바빠 외국으로 사러 가나보다..
그리고 강릉에서 제일 명문이라는 고등학교가 있다.
밤을 새워 교육시키고 날을 새워 잘 가르치는......
학교앞에는 아주 멋진 플랜카드가 있다.
수시로 바뀌는 그 플랜카드에는 이렇게 써있다.
몇기 어느도시 청장임명.. 몇기 군장성.
외무고시 합격. 사시 합격...
아주 우수한 인재들을 줄줄이 배출하는 학교다.
자식을 가진 엄마라면 꼭 그 학교에 자식을 넣고 싶어하고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엄마들은 나름대로 아주 큰 자만심을 가지고 산다.....학교 앞 어느 작은 광고에도 몇기생이 누구를 도와주었음..몇기생이 아프다고함 우리가 다같이 힘을 모아 도와 주어야 함.. 그런 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학교를 빛내야 할려면 반드시 어느도시 검사와 판사가 되어야 하고 화려한 외국어로 적당한 사기를 처야한다.
그리고 시험이란 시험은 죄다 합격을 해야 한다..그러므로
내가 나온 학교에 나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오십이 넘은 아저씨가 뒤틀린 팔을 안고 걸음마 연습을 한다..그 학교앞을 몇번이고 오가면서 걸음마 연습을 한다.
무엇이 더 배우고 싶은걸까??
오늘 하늘은 회색이고 지금은 가느란 비가 온다.
그리고 연기가 사방에서 피어오른다..
우리집 단풍나무에 작은새한마리가 가지위를 꺼꾸러 매달려 있다.. 참 신기하다..바로 앉을 수는 없는 것일까??? </p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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